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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서 전율을 느꼈다면 누구를 통해서였을까요? 대심문관을 펼쳐내며 독자들을 압도시킨 이반? 모든 것이 허용된다라는 사상에 홀려 있던 스메르자코프?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드미트리? 언뜻 비슷하면서도 극단적인 대립관계를 보여주었던 그루센카와 카테리나?

개인적으로 ‘알료사’를 꼽고 싶습니다. 아니 태풍이 휩쓸고 다니는 작품 속에서 고요한 찻잔 위의 출렁임 같은 알료사라고요? 물론 맞는 말입니다. 알료사는 카라마조프가 끝날 때까지 개인적으로 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죠. 물론 알료사의 역할이 작품 속에서 확실한 위치를 차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백치’의 미쉬킨 공작이 보여주었던 순백의 영혼을 생각할 때 알료사의 모습은 개인적으로 카라마조프에서 존재감이 다소 약하지는 않았나?라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미완으로 끝난 카라마조프의 2부의 초안을 보는 순간 느낀 충격은 단숨에 알료사라는 캐릭터에 전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혁명에 가담한 알료사는 황제를 암살하고 후에 처형당한다.

도대체 도스토예프스키는 카라마조프 2부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이였던 걸까?
반짝반짝 빛나는 알료사가 혁명에 가담해서 황제를 암살하기까지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를 어떻게 풀어낼 생각이였던 거지?
“무신론자”에서 “위대한 죄인의 생애”로 발전된 구상은 ‘알료사’를 위해 준비한 시놉시스였다는 것이 사실이였단 말인가?

수많은 의문은 미완으로 끝난 작품에 대한 아쉬움으로 더욱 커져버렸습니다. 카라마조프가 미완으로 끝났음에도 독립된 작품으로 훌륭한 완결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작품의 위대함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언제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이 조금만 더 연장되어 카라마조프를 완성할 수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알료사의 이야기로 카라마조프 2부가 완성되었다면 도스토예프스키의 평가는 어떠했을까? 그리고 카라마조프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인가? 한가지 확실한 것은 평가를 떠나 카라마조프의 이야기는 온몸을 전율시킬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독자들을 즐겁게 했을 것이라는 사실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