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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마오유우 마왕 용사

sungjin 2012. 8. 5. 22:28





마왕 : 날 죽이면 전쟁특수가 사라지며 더욱 더 많은 희생을 초래할 것이다. 결국 전쟁에서 이기든 지든 전쟁의 종결은 인간의 멸망을 부를 것이다.

마왕 : 이 자료를 봐라.

용사 : 근데 경제라는 것이 뭐지?



“용사는 홀로 마왕에 맞서 용감하게 싸웠습니다.”라는 공식은 영원불멸의 법칙이다. 언제나 같은 내용이지만, 언제나 뻔한 내용이지만 매번 변하지 않는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 두근거리면서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다음 세대들 역시 마왕에 맞서 싸우는 용사의 모습에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게 된다. ‘정의는 승리한다!’라는 불변의 법칙 아래 최후의 악당을 쓰러뜨리는 순간은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용사가 마왕을 쓰러뜨려도 세상은 평화로워지지 않는다. 

토노 마마레의 “마오유우 마왕 용사”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전통적인 RPG의 속성을 모두 지니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클리셰를 모조리 깨뜨리고 시작한다. 전쟁의 존재를 “경제”라는 개념을 씌운 후 종교적 배경과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로 확대시켜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의 경제환타지 소설로 독자들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기아에 허덕일 수 밖에 없는 나라에 생산성이 높은 작물재배법을 보급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농경법을 개발한다. 인간과 마족의 전쟁의 종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전쟁이 종결 된 이후의 세상의 평화를 위해 변화와 개혁을 주도한다. 선과 악의 구분을 없애고 마왕과 용사의 협력체제를 통해 “마왕을 쓰러뜨린 용사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을 펼쳐나간다.



작가는 ‘경제’에 대한 간단한 상식과 기본적인 개념 이해를 통해 보다 현실적인 환타지를 완성해 나간다. 검과 마법으로 이루어져 있는 환타지의 세계관 속에서도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객관성 있는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물론 어디까지나 환타지라는 세계 안에서) 작가는 리얼리티를 환타지의 세계관에 적용시켜 설득력을 높이고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세와 계층간의 시각을 반영하여 독특하고 신선한 환타지 소설로 다가올 수 있게 하였다. 귀족의 입장에서, 군인의 입장에서, 상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굶주림에 허덕일 수 밖에 없고 피지배자의 입장에서 착취당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작품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준다. 선과 악이라는 개념 대신 이해관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입장을 반영하고 환타지의 세계관 속에서도 독특한 현실감을 부여하였다.

‘경제’라는 소재가 적용되면서 다소 거리감이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 속에서 ‘웃음’이라는 요소를 잃지 않았다. 소설을 읽는 가장 일차적인 목적이 ‘재미’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지루하지 않는 이야기,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내며 읽어나가는 내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 할 수 있게 하였다.



작품의 태생적 특이성은 마오유우 마왕 용사라는 작품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인터넷이라는 개인 매체에서 시작되었으며 게임 스탭들에 의해서 편집되었다. 소설이긴 하지만 희곡의 형식으로 구성 된 희곡 소설이다. 특히 지문 하나 없이 오직 대화만으로 구성 된 이야기는 희곡의 성격이 더해지면서 대화의 재미와 힘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없다. “용사”, “마왕”, “메이드”, “여기사”, “상인” 등 오직 계급이나 신분으로만 구분되어 있는 등장 인물들의 구성은 이야기의 재미와 함께 희곡 소설의 형식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독서의 또 다른 즐거움을 경험시켜 준다.

작품의 배경은 전통적인 환타지의 클래식함이 가득 담겨 있으나 내용의 속성은 “경제”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라이트 노벨 레이블로 출판되면서 캐릭터의 재미가 강화되었고, 기본적으로 소비되는 작품의 데이터 베이스를 풍부하게 구성할 수 있었다. 웃음이라는 기본적인 재미의 포인트를 한 껏 살려내었으며 환타지 특유의 세계관의 매력을 작품 전편에 걸쳐 보여주었다.

앞서 이 작품에 대해 “클리셰 브레이커”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분명 이 작품은 기존의 전통적인 모습들을 뒤엎고 새롭고 신선한 감각으로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작품의 외적인 분분에서도 여러가지 이질적이고 예외적인 특이성을 지니고 있었고, 새롭고 독특한 스타일로 완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통적인 환타지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이토록 매력적인 환타지가 있을까? 이토록 신선한 희곡소설이 있을까? 마오유우 마왕 용사는 여기저기 다채롭고 신선함으로 채워져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