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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가 추구했던 문학의 형태는 어떠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을까? 그녀의 삶이 10년만 더 지속될 수 있었다면 그녀는 자신의 궁극적인 작품 세계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버지니아 울프의 마지막 작품인 “막간”을 감상하면서 드는 생각은 울프의 작품 세계가 추구해 왔던 종착역이 어디일까?라는 물음표였다. 제이콥의 방에서 미약한 모습을 보였다면 댈러웨이 부인을 통해 그녀만의 작품 세계를 완성할 수 있었고 등대로와 파도를 거치면서 울프가 추구했던 문학의 모습은 소설이라는 형식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며 세월에 이르면서 그녀의 작품 세계는 종착역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작품 세계는 진행형이였고, 여전히 놀라움으로 다가올 수 있었고, 여전히 경이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울프는 아직도 문학을 통해 완성하고 싶었던 것들을 실험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울프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넘어 시와 희곡 등 각기 다른 형식의 문학들의 구분을 무너뜨려 시, 소설, 희곡 등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문학’으로 통합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막간’은 시와 같은 운율감을 지니고 있으면서 액자식 구성을 통해 액자의 틀을 구성하는 이야기는 소설로, 액자의 내용을 구성하는 이야기는 희곡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액자의 틀과 액자의 내용은 작품이 진행 될수록 액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어느 순간부터 혼재되어 버린다. 일상의 이야기, 다양한 기억과 경험의 삽화들로 구성되어 있는 액자의 틀을 구성하는 이야기와 희곡의 형식을 통해 영국의 역사를 단편적인 이미지만으로 구성하여 야외극으로 표현한 액자의 내용은 “막간”의 이야기로 통합된다. 산문의 느낌을 지닌 소설과 희곡의 융합된 형태를 통해 울프는 소설이라는 형식으로는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는 경계를 넘어서 실험성을 극대화 하였고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느낌의 문학의 형식을 완성하였다.
울프는 또한 다양한 외적 정보를 압축하고 언어적 실험을 담아내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영국의 역사를 단편적으로 이미지화하여 하루 동안의 야외극이 공연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 녹여 방대한 정보를 압축한다. 특히 야외극의 이야기와 혼재되는 포인쯔 홀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다양한 외적 정보들을 삽입하여 수많은 숨겨진 정보로 구성된 이야기의 즐거움을 만들어 내었다. 댈러웨이 부인이나 등대로 등의 작품이 외적 정보를 최소화하고 의식의 흐름이라는 서술기법을 통해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무한의 세계를 그려나간 것과는 달리 ‘막간’에서는 먼 태초의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의 흐름 안에 압축 된 정보의 풍부함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울프는 누구보다 과거의 기록에 관심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었다. 소설에서는 여성의 존재가 다채롭고 대단히 매력적인데 반해 역사 속에서는 여성에 관한 어떠한 기록도 찾기 힘들었기 때문에 울프가 더욱 과거의 기록과 문헌에 집착했던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독학만으로도 놀라울 정도로 교양을 쌓을 수 있었고 많은 지식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그러한 것들을 작품 속에 펼쳐내며 막간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였나 생각한다.
언어적 실험과 서술 기법, 이야기 구성의 특이성은 전작에서부터 계속 되어 울프의 작품 세계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단어가 기본적으로 만들어 내는 말장난과 문장의 유려함, 특유의 산문적인 느낌을 최대한 살려내며 독자들에게 독특한 이미지를 자아내게 한다. 특히 특별한 줄거리가 없이 진행되는 일상의 무의미한 대화, 생각, 기억 속에 파편화되어 있는 이야기의 단편들 속에서 울프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서사성이나 유기적인 스토리의 흐름 속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정교함마저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플롯이 왜 중요해?’라고 작품 속에서도 직접적으로 이야기할 정도로 기존의 전통적인 서사를 무너뜨리고 무의미한 일상과 단편들, 의식의 흐름이 자아내는 무한한 세계, 외적 사건과 이야기 전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막간’은 난해하다. 언급했다시피 기존의 소설의 접근방법 또는 감상방법으로는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울프가 끊임없이 실험 해온 텍스트의 조합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언어의 가능성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설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문학’이라는 상위 개념에서 융합된 형태를 완성하기 위해 형태나 장르의 경계를 걷어내었다. 그리고 소설의 인물 구성, 플롯 구조, 인과 관계에 따른 서사를 취하지 않고 시와 희곡의 특징을 조합하고 특유의 서술 기법을 통해 초월적인 형식을 완성하였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설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문학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해야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또한 작가 자신의 역량을 담아내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복합적인 문장들(문장이 간결하고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고도로 상징화되거나 어떠한 의미도 지니지 않기 때문에)은 오히려 독자들의 수용의 한계마저도 넘어설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길 수 밖에 없다. 울프의 단어가 만든 언어적 감각, 문장의 느낌이 좋아서 일수도 있지만 울프가 추구한 작품 세계의 종착역을 확인하고 그녀가 평생 동안 달려온 문학의 완성형(또는 진행형)을 통해 오직 울프만이 전해 줄 수 있는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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