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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성역 by 윌리엄 포크너

sungjin 2012. 4. 26. 22:36

 

 

작품의 외적 요소를 배제하고 작품의 줄거리만을 공개한다면 가정할 때 독자들로 하여금 가장 흥미를 모을 수 있는 작가는 누구일까?

윌리엄 포크너는 위와 같은 물음에 대해 가장 자주 언급 될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라는 윌리엄 포크너의 네임밸류나 미국문학사에 있어서 윌리엄 포크너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작품의 이야기를 요약한 줄거리만을 공개하고 흥미가 가는 작품들을 선택하게 하였을 때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들이 상당 수 선택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의 소재와 줄거리는 상당히 자극적이고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터부시 될 수 밖에 없는 소재, 파격적이고 과감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특히 캐릭터의 개성을 독특하게 부여하며 작품 속에서 그 매력을 100% 발산할 수 있도록 배치한다. 포크너의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서술기법이나, 단어의 선택에 있어서 난해한 연출을 보이기 때문에 상당히 집중력을 요구하고 어렵게 소화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크너의 작품에 쉽게 손을 대는 이유도 포크너의 작품의 소재와 이야기의 흥미진진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성역’은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자극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전편에 걸쳐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지배하고 있는 듯한 이 작품은 포크너 자신도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잔혹한 이야기라고 평가할 정도로 ‘성역’의 이야기는 선정성과 폭력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마치 파멸의 미학을 포크너식으로 해석한다면 이런 식으로 되지 않을까 생각 될 정도로 독자들로 하여금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정의도 없고 도덕성도 없다. 사회의 불합리함은 구원의 손길조차 차단시켜 버린다. 소설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휴머니즘조차 포크너는 무시해버리는 것 같다. 요크나파토파를 배경으로 그는 일관된 주제를 펼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성역만큼은 지나칠 정도로 고발성을 넘어버린 듯 하다. 전쟁에서 패배하고 몰락해버린 미국 남부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부도덕이 일상화되어 있는 또 다른 세상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이건 작품을 경험하는 개인적인 차이가 크게 작용하겠지만) ‘성역’의 이야기 자체가 마치 접근할 수 없는 성역같다.

포크너는 과연 이 작품을 통해 정말로 부도덕성과 터부시되는 죄악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고 싶었던 것일까? 극단적인 타락과 파멸 속에서 역으로 휴머니즘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정말로 그는 대중적인 인기를 업고 작품을 히트시키기 위해 이 같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은 아니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