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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죽음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시점에서 바라보며 각 인물들의 내적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는 가족의 죽음이라는 의미가 개인에게 있어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고 타인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주는지 그려나갔다. 또한 죽음 이후에도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만들어 어머니의 시체가 고향으로 향하는 여정을 통해 다양한 상징성을 부여하였다. 때문이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은 한 개인의 내면에서부터 확장되어 사회적 의미로, 그리고 시대적 의미로 확장되어 나갈 수 있었다. ‘요크나파토파’라는 가상의 무대는(연쇄적인 고리를 가지고 일련의 작품군으로 이어지는)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 세계 위에 위치시켜 미국의 남부 사회의 모습을 압축하고 관습과 문화를 투영하여 접근할 수 있었으며, 어머니의 시체를 고향으로 옮기는 40마일의 여정 속에서는 10일이라는 긴 시간을 부여하여 자연이라는 거대함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고난의 역사를 묘사하기도 한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 되어 가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붕괴 과정을 들려주었으며 동시에 남북전쟁 이후 미국 남부 사회의 지배 계급의 몰락과정을 대비시켰다.
특히 포크너는 다양한 화자의 시점을 통해 하나의 공통 된 사건과 공간 안에서도 다면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다층적이고 복잡하게 엮어나가며 이야기를 보다 풍부하고 다채롭게 구성하여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수많은 화자의 시점을 통해 제각기 파편화되고 다양화되어 있는 이야기들은 주관적인 의식 속에서 굴절되어 각각의 심리 상태, 주변의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을 띄게 된다. 불안한 심리를 통해서, 무관심 속에서,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인 목적에 따라서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공통 된 사건은 전혀 다른 형태로 개인의 삶 속에 삽입되어 나타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절대적 영향을 미쳐 삶을 지배하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무의미하고 귀찮기만한 사건일 뿐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의 원하는 것들을 채우기도 한다. 부조리하고 모순 된 단편적 에피소드들이 엮어지면서 복합적이고 상징적인 하나의 큰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었다.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1인칭 시점의 이야기들은 각각의 개별적인 독립된 에피소드이기도 하지만 각 화자의 시점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조립되어 보다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고, 새롭게 추출되는 이야기는 또 다시 각각의 화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유기적 상관관계를 지니게 된다. 포크너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서술 기법을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분산시켜 내면서 이 같은 작품의 구성을 극대화 할 수 있었다. 특히 특정한 주인공 없이 이야기의 비중을 가족들에게 골고루 분산 배치시켜 보다 다각적으로 서술하면서도 제각기 주관적인 접근을 시도하여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이야기를 매우 유연하게 만들 수 있었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는 포크너의 작품세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포크너가 ‘요크나파토파’를 배경으로 일관되게 묘사하였던 미국 남부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문화와 관습이 간직되어 있다. 포크너의 서술 기법의 참신함과 실험성이 살아 있기 때문에 포크너의 작품 스타일을 파악하기에도 좋은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기본적인 스토리와 인물들의 매력이 살아 있어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어 포크너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접근성이 좋다. 때문에 포크너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보다 쉽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독서의 즐거움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찾을 수 있지만 역시 ‘재미’야 말로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된다고 가정한다면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는 충분히 부합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PS 윌리엄 포크너의 서술 방법이나 실험성, 작품 속에서 다양하게 해석되는 주제나 상징성은 분명 까다롭다.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의식의 흐름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혼재로 인한 복합적인 구성과 다층적인 이야기 구조는 작품을 난해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포크너의 작품은 서체의 구분을 통해 의식의 흐름과 사고의 전환을 구분하며 독자들에게 이정표를 세워놓았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 방황하는 일이 없게 한다. 특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와 같은 작품은 각각의 챕터마다 화자를 명시하고 순간적인 사고의 전환시 서체를 달리함으로 인해 작품 속에서 의식의 흐름을 통한 무한의 세계 속에서 길을 헤매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캐릭터를 구성함에 있어서 자극적인 코드를 통해 캐릭터가 가진 속성의 흥미도를 높이고 있을 뿐 아니라 이야기의 구성에 있어서도 다양한 키워드를 배치하고 특정 상황에 맞게 작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체적인 작품의 줄거리나 주제와는 별도로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캐릭터적인 매력을 살려내고 있었고 다양하고 복잡하게 엮어진 의식의 흐름 속에서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분명 작품의 외적 요소들과 시대적 모습을 이해하고 감상해야 작가의 의도나 작품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포크너에 대한 이야기, 미국 남부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배제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는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충분히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이야기의 재미와 캐릭터들의 매력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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