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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는 완급 조절에서도 탁월한 것 같다. 지루할 때쯤 되면 신선하고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데스의 장에서 죽음의 이미지가 다소 쳐지는 느낌을 주었다면 아이올로스의 장에서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구성과 문체를 통해 독자들을 색다른 세계로 안내한다.
아이올로스의 장은 우선적으로 문체의 특이성에 상당한 분위기 전환을 가져오게 된다. 마치 신문의 편집처럼 헤드라인 같은 감각적인 제목과 함께 일반적인 형태의 서술이 하나의 기사를 이루는 것처럼 이번 장에서는 장면의 전환점에 맞추어서 헤드라인을 구성하고 단편적인 이야기가 서술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하였다. 마치 더블린 시내의 지도를 여기저기 짚어보는 것처럼 이번 장에서 조이스는 지도를 그리듯 수많은 장소의 전환을 시도하면서 독자들을 혼란시킨다. 많은 이야기들이 단편적으로 모여 있어 단속적인 흐름으로 이어지는데다가 율리시스라는 작품에서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의식의 흐름, 정보의 압축과 수많은 메타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신문의 기사처럼 지명의 사용이 많고 언급되는 인물들이 많다. 특별히 장소나 인물들에 대해 알지 못해도 작품을 읽어나가는데 큰 무리는 없지만 웬지 조이스가 숨겨 놓은 수수께끼가 예상치 못한 재미를 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결국 항복하고 만다. 이미 이쯤 되면 율리시스에 익숙해질 법 한데 장난을 좋아하는 작가는 독자들에게 단 한번도 주도권을 넘기지 않고 선수를 치는 것이다.
어쨌든 아이올로스의 장은 신선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1장부터 6장까지 오는 동안 느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서술 기법과 문체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준다. 특히 6장에서 스쳐지나간 블룸과 스티븐이 7장에서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제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그려나가기 때문에 두 사람의 만남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두근거림을 선사한다.(두 사람이 만나길 바라면서도 좀처럼 만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다.) 문장은 전체적으로 간결하다. 문장을 길게 만들어 이리 꼬고 저리 꼬으며 문장으로 장난질하지 않고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고 편하게 서술하면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아이올로스의 장은 하데스의 장이라는 어둠의 터널을 지나 새로운 장을 여는 과정에서 새로움과 함께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작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은 장이기도 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