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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는 제인 오스틴이 그 시대의 남자들과 같은 행동을 하고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면 대문호들에 뒤지지 않는 엄청난 작품이 나왔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만큼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은 일정한 무대 위에서 밖에 펼쳐질 수 밖에 없었고 또한 그녀가 이야기하는 주제 역시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은 자기 반복과 변주에서 흘러나온 복제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었죠.
하지만 그녀는 한정 된 공간 속으로 외부의 다양한 시대적 모습들을 끌어 들입니다. 중심 된 인물들이 끊임없이 활동 무대를 넓혀가는 것이 아니라 중심 인물들이 살고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외부의 요소들을 하나씩 모이게 만들죠. 때문에 그녀의 작품들은 시대의 모습들을 정확하게 비추었으며 문학적으로도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녀의 작품은 특유의 말랑말랑한 느낌을 통해 독자들에게 아기자기한 맛을 전해주는데 탁월합니다. 여성 작가 특유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감정의 흐름이나 반짝임들을 적재 적소에 잡아내는 묘사도 일품이지만 통통 튀는 듯한 사랑스러움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아리카와 히로의 작품들을 보면서 제인 오스틴이 연상되었다고 이야기하면 너무 큰 무리수일까요? 물론 문학사적인 위치나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본다면 두 사람을 동등한 위치에 놓기에는 조금은 무리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리카와 히로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이미지는 제인 오스틴의 그것들과 상당히 유사하게 떠올랐습니다.
데뷔작인 ‘소금의 거리’를 시작으로 ‘하늘 속’, ‘바다 밑’ 같은 작품들은 다소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에 밀리터리적인 컨셉트를 도입하면서 독자들을 확보하기 시작하였죠. 하지만 도서관 전쟁을 시작으로 연재되었던 도서관 시리즈를 기점으로 여성 작가 특유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가 돋보이는 말랑말랑한 느낌을 본격적으로 작품 속에 녹여 내기 시작합니다. 특히 라이트 노벨(노블의 일본식 발음)에 뿌리를 두고 작품활동을 하였지만 일반 문학과 라이트 노벨의 경계선상에서 라이트 노벨 특유의 캐릭터적인 재미와 가볍고 읽기 쉬운 이야기 전개가 소설 속에 반영되면서 일본에서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상당한 팬을 확보할 정도로 사랑스럽고 귀여운 연애이야기를 들려주었죠.
물론 아리카와 히로는 비교적 폭넓은 스펙트럼을 작품 속에서 펼쳐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SF대상인 성운상을 수상하는 등 라이트 노벨 출신의 여성 작가 중에서 하시모토 츠무구와 함께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준 작가이기도 합니다. 도서관 전쟁을 기점으로 밀리터리적인 요소와 SF적인 성격이 작품 속에 빠지면서 말랑말랑한 연애 소설 위주로 작품의 방향이 바뀌자 일부에서는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하였죠. 하지만 아리카와 히로의 재능은 특유의 가볍고 반짝임이 가득한 연애물(소위 염장물)에 강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후 더욱 많은 팬을 확보하게 되었죠.
201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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