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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미국법원에서 율리시스가 해금판결을 받을 당시 울지판사는 율리시스는 꼼꼼하게 정독하였고 특히 문제시 되었던 챕터에 대해서는 수 십번을 읽었다고 하였다. 과연 울지판사는 시대의 명판결을 내리기 위해 율리시스를 읽었던 과정이 자신에게 있어서 어떠했을까?
처음에는 다소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판결문에서도 이야기하듯 율리시스라는 작품이 지닌 특수성은 처음부터 쉽게 허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소설책 한 권가지고 법정에 세우는 것도 우습지만 이런 판결에 자신이 선택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자신이 담당한 재판이다보니 재판의 당사자인 소설책을 읽기는 읽어야 하는데 그 소설이라는 것이 아주 이상한 작품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울지판사 역시 율리시스의 매력에 푹 빠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자의든 타의든 율리시스를 읽어야만 했고, 특히 문제시 되는 부분은 수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읽어야만 했지만 그 과정에서 율리시스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율리시스를 해금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유례를 보기 힘든 명판결이자 판결문 자체도 하나의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 명문으로 탄생시키면서 말이다.
의식의 흐름이라는 서술 기법은 개인의 내면에 깊숙하게 파고 들기 때문에 그 기법이 심화되면 될수록 일반적인 대중과는 괴리되어 버리기 마련이다. 쉽게 말해 내 의식이 향해가는 방향은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모두가 다르게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율리시스의 의식의 흐름은 독자들과 괴리되기 보다는 일정부분 조이스의 의식을 따라가게 된다.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망상이 많고 내면에 공통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상상만으로 그치길 바랬던 생각조차 허물없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율리시스의 대화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교양있는 사람들 속이나, 격식을 차려야만 하는 자리, 또는 일반적인 소설, 남성이 여성이랑 마주하는 자리 등에서는 함부로 내뱉기 어려운 곤란한 내용들을 자연스럽게 서술해 나간다. 지금에 와서는 의문을 품을지 몰라도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외설시비에 휘말릴 수 밖에 없는 작품이였구나!라는 납득을 하게 된다. 지나가다 힐끗 바라본 여자에 눈을 떼지 못하다 누군가 방해하면 아쉬움을 남길 수 밖에 없고, 별것 아닌 사물을 통해서도 상상력을 나래를 펼치면 성적인 부분과 반드시 통하게 된다. 겉으로는 기품 넘치는 행동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딴생각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율리시스는 전체적으로 위트가 살아 있는 작품이다. 재치 넘치는 표현도 표현이지만 탁월한 센스를 통해 예측 불허함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더블린 사람들이나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보여준 탄탄한 기본기와 뛰어난 문장력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않으면서도 조이스가 지닌 유머러스함을 완벽하게 연출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형식이나 기법에 있어서 독특함은 신선함으로 다가오지만 동시에 그가 보여준 감각은 장난기가 가득 담겨 있었던 것이다.
율리시스가 시대를 넘어서도 최고로 평가 받고 있는 이유 역시 이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율리시스가 보여준 실험성이나 독특함은 이전에도 물론 이후에도 다시는 보기 힘든 것이지만 그러한 실험적 연출을 그치지 않고 재미를 주기 위해서도 상당한 역량을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특유의 난해함으로 대중과의 거리를 멀리하였음에도 대중을 끌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율리시스보다 난해한 작품도 있을 것이고, 율리시스보다 실험성 짙은 작품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토록 실험성 짙은 난해한 작품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재미들이 독자들에게 전달 될 수 있기 때문에 율리시스는 그만의 절대적인 only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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