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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악령 by 도스또예프스끼

sungjin 2012. 2. 10. 21:57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세계를 포괄하는 집대성적인 작품이라면 “악령”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철학과 사상을 집대성하고 있는 작품이다. 전작에서 풀어낸 “허무주의”를 비롯하여 “인신론”, “슬라브주의”와 “메시아 사상”의 결합, “아나키즘”, “무신론”, “이상론” 등 이제까지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들을 통해서 엿볼 수 있었던 사상과 철학들을 한층 더 심오하게 펼쳐낸다.

특히 ‘악령’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이 같은 사상들이 각각의 캐릭터를 통해서 대변된다. 일반적으로 캐릭터를 구축 할 때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위치를 정하고 속성을 부여한다면 이 작품에서는 오직 사상을 대변하기 위한 매개체로 인물을 설정하였다. 때문에 캐릭터적인 매력을 보다 극대화 할 수 있었고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등장 인물간의 오고 가는 대화마저도 각각의 사상을 대표해서 논쟁을 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만일 각각의 등장인물들로 대표되는 이념들을 현실에 대입하게 된다면 예언자적인 작가의 모습까지 겹쳐질 정도로 이 작품은 철저하게 이념들로 점철되어 있다. 때문에 작가로서의, 도스토예프스키와는 다른 철학과 사상에 대한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면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의 다양한 이념들이 집대성 되어 있는 반면 순수하게 소설의 위치에서는 다소 불안정한 작품이기도 하다. 상당히 산만하게 구성되어 있어 스토리의 맥을 놓기 쉬운 작품인데다가 작가 특유의 횡설수설함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어 전체적인 안정성이 떨어진다. 이 같은 불안정함은 작가 특유의 치열한 현실과 함께 하기 때문에 더욱 아슬아슬하나 재미있게도 이 같은 아슬아슬한 불안감마저 작품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만다. ‘악령’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파국으로 향해가는 드라마를 펼쳐나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마약 같은 사상과 철학들은 등장인물들을 비정상적인 정도로 홀려버린다. 마약 중독자들의 종착역이 비극일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악령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무서운 생각마저 든다. 철저하게 파멸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은 가장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와 결말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같은 이야기는 작품을 읽는 독자들까지 홀려버린다. 마치 마약처럼 악령에 등장하는 이념들에 심취하게 되고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작품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종교의 본질과 무신론과의 대립 속에서 러시아의 앞날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사상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예지하고 싶었을까? 각각의 이념들로 포장되어 있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도스토예프스키가 펼쳐내는 사상과 철학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싶었을까? 그냥 단순하게 충격적인 드라마를 통한 쾌감을 던져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