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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칠색 잉꼬 by TEZUKA Osamu

sungjin 2012. 1. 22. 13:15

©TEZUKA Production/학산문화사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 ‘칠색잉꼬’! 타고난 재능으로 무대 위에서 어떠한 역도 완벽하게 연기해내는 천재지만 실체는 부자들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이였던 것이다.

연극이라는 소재가 더 이상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 같다. 유리가면이라는 불세출의 걸작의 존재도 있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연극이라는 소재로 다룬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더 이상은 신선하게 다가오기 힘든 소재일지도 모르겠다. 수수께끼를 간직한 정체불명의 도둑이라는 캐릭터는 어떨까? 역시 마찬가지다. 몽키 펀치의 루팡3세를 비롯하여 수많은 괴도물이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며 이른바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국민 도둑’까지 등장하게 되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를 합친 ‘배우로서 천재적 재능을 가진 수수께끼의 도둑’이라는 설정은 어떨까? 이쯤 되면 충분히 독자들의 시선을 주목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에 언제나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 식상하다고 생각되던 소재들을 조합하여 신선하게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칠색잉꼬는 이처럼 시작부터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하였다. 식상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모아서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오게 하였고, 테즈카 특유의 장난기 넘치는 아웃사이더적인 캐릭터를 등장시켜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만화적 상상력으로 전개해나가는 이야기의 재미가 넘치고 가슴 한 켠을 잔잔히 적실 수 있는 감동과 여운을 전해주었다. 한편 한 편 짤막하게 마무리 되는 에피소드 형식의 특색을 살려 간결하면서도 밀도 있는 구성과 연출로 지루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즐거움을 선사하였고 곳곳에 숨어있는 재기발랄함과 센스 넘치는 연출로 살며시 미소 짓게 만드는 웃음을 채워놓았다.

작품의 소재이기도 한 연극 무대는 희곡에서도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테즈카 오사무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고전 명작부터 생소하게나마 알고 있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작품 속에서 들려주는 연극은 이 작품이 선사하는 보너스 트랙과도 같은 재미를 준다. 칠색 잉꼬의 재능이 빛을 발휘하는 무대 위의 모습과 희곡 원전이 가진 묘미가 더해지며 뜻하지 않았던 재미가 넘치게 되었다.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 잔잔한 감동은 테즈카 오사무 특유의 휴머니즘이 함께 하며 어느 새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즐거움 속에서도 언제나 감동을 잃지 않는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은 때로는 지나친 클리세로 평가 받곤 하지만 그럼에도 매번 같은 감동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 역시 작가의 역량을 잘 말해 주는 증거가 아닐까? 그리고 이 작품을 추천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