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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Comics/시공사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 밤과 낮의 대비만큼이나 기묘한 이중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배트맨 시리즈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다. 물론 근본을 따라가면 공통분모가 나올 수 밖에 없는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이지만 배트맨을 거쳐간 상당 수의 작가들은 두 캐릭터의 경계선을 만들어 놓고 이중적 매력을 발산하며 독자들을 열광시켜 왔다.

THE WORLD'S GREATEST SUPER-HEROES 중 두번째 이야기 ‘배트맨: 범죄와의 전쟁’은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을 밀접하게 연관시켜 나가고 한다. 현재의 브루스 웨인이 가지고 있는 주위의 환경적인 요인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배트맨의 생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브루스 웨인의 생활 속에서도 배트맨으로써 가져야 할 자신만의 의무감을 가지고 충실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만일 자신에게 지금과 같은 재력이 없다면, 배트맨으로서 활약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갖출 수 없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을 하며 보다 객관적인 위치에서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의 관계에 대해 탐구해 나간다.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의 이중성을 드러내며 둘의 대비에서 이루어지는 매력이 아니라 공통 된 내면의 이야기를 펼쳐내면서 두 캐릭터를 하나로 공통화하였다.

사회의 정의를 지키고, 소외 받고 있는 사회의 외진 곳에 희망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브루스 웨인이라는 인간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사회적 규범을 파괴하면서까지 악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는 배트맨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도움이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자신의 가진 환경을 활용하여 도와주는 인간미 넘치는 마음 한 구석에 사랑의 씨앗을 간직하고 있는 영웅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범죄의 길로 빠져들게 된 한 소년을 구원하기 위해서, 부와 권력에 의해 소외 될 수 밖에 없는 서민들을 위해서 밤에는 배트맨으로 낮에는 대부호 브루스 웨인으로 생활하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부문에서는 사회와 사람들에 대한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아 다시 한번 영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말풍성 하나 없이 나레이션으로 연출해 나가는 이 작품은 마치 대형 화보집과 같은 느낌으로 화려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희망으로 채워져 있다. 독특하고 파격적인 구성만큼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배트맨: 범죄와의 전쟁은 알렉스 로스가 지면 위에 그려내는 압도적인 화풍의 그림들 속에 불합리한 사회에서 소외 될 수 밖에 없었던 소년에게 희망을 심어준 배트맨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배트맨 시리즈의 매력을 만들어 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