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NOTE

드래곤 퀘스트 타이의 대모험

sungjin 2009. 12. 25. 16:21

©RIKU SANJO/KOJI INADA/YUJI HORII/SHUEISHA/대원씨아이

‘드래곤 퀘스트 – 타이의 대모험’을 읽을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정신적, 기술적으로 성장해 가는 주인공,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가며 함께 깊은 유대감을 형성해가는 동료들의 이야기, 세상을 구하기 위해 악에 맞서 정의를 힘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계속 많은 독자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영원불멸의 공식인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이 어렸을 때, 현재의 우리세대가 학창시절을 보낼 때,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가 어떤 작품을 감상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세대가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같지 않을까? 철없는 꼬마로 밖에 보이지 않던 주인공 타이가 어느 새 늠름하게 성장해 세상의 운명을 짊어진 모습에 대견해 하고, 두려움에 용기로 맞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함께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게 된다. 나약하게만 보이던 포프가 누구보다 훌륭하게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받는 독자는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절대적 힘을 가진 대마왕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어느 틈엔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재미의 매력에 마지막장을 넘길 때까지 손을 떼기 힘들어진다.

‘드래곤 퀘스트’에서 파생된 작품답게 환타스틱한 세계관은 흥미로운 아이템으로 채워져 있고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물론 ‘드래곤 퀘스트’라는 게임을 생각한다면 이질적이고 전형적인 ‘소년점프의 만화’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지만 드래곤 퀘스트와 소년 점프의 경계사이에서 장점들을 섞어서 소년만화의 정석적인 뜨거운 감동과 게임의 환상적인 세계관을 멋지게 융화시켜내었다. 작품의 큰 틀을 이루는 세계관에서부터 갖가지 몬스터와 종족들의 설정, 마법과 주문,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조건들을 소년점프라는 틀에 맞게 펼쳐내며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었다.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과 만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다소 아쉬운 면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드래곤 퀘스트라는 세계관의 연장선상에서 또 다른 형태로 즐길 수 있는 재미들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 이 작품이 보여준 재미는 기대 이상이 아니였을까?

일본의 국민 게임이라고까지 불리는 드래곤 퀘스트는 만화라는 매체에서 수없이 재생산되고 다양한 이야기들로 팬들에게 다가왔다. 드래곤 퀘스트의 세계를 직접적으로 이어받아 드래곤 퀘스트다운 모습으로 탄생되기도 하였고 토루네코 이야기 같은 외전 형태의 작품을 통해 만화판 드래곤 퀘스트 세계를 보다 폭넓게 펼쳐나가기도 하였다. 청공전설, 루비스의 전설, 환상의 대지, 에덴의 전사들 등 수많은 드래곤 퀘스트 만화가 발표되었지만 후지와라 카무이의 ‘로토의 문장’ 정도를 제외한다면 ‘타이의 대모험’만큼 큰 인기를 모으지 못했다. 드래곤 퀘스트라는 최고의 무대로 펼쳐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게임만큼의 지지를 모으지 못했던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 새삼 ‘타이의 대모험’이 얼마나 매력적인 작품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언제나 책장을 펼치면 두근거리게 만들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재미와 감동이 있는 작품, 타이의 대모험은 드래곤 퀘스트라는 배경이 아니라 소년점프에 충실했기 때문에 이렇게 멋진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