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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만화 삼국지 by MITSUTERU YOKOYAMA

sungjin 2009. 8. 12. 19:24

©MITSUTERU YOKOYAMA/HIKARI PRODUCTION/USHIO PUBLISHING LTD/A.K Communications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만큼 다양하게 재생산되어 새롭게 탄생되는 작품이 있을까? 소설과 영화 만화는 물론이고 각종 공연문화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며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삼국지의 매력은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지혜와 사상, 인생의 철학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라는 형태를 통해 언제나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아마 앞으로의 시대에도 삼국지는 그 어떤 작품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끊임없이 재생산 될 것이다. 삼국지연의의 이야기는 세월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숙성되어 더욱 매력적인 작품으로 성장해가는 몇 안 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삼국지연의의 본질적인 모습을 잃어버린다는 느낌이 든다는 느낌은 없었는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정사와는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며 보다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해 전개해 나간다거나 현대 사회를 투영시켜 기발한 패러디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SF와 환타지 등 다양한 상상력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이색적인 삼국지가 펼쳐지기도 한다. 삼국지연의라는 원작에 대한 왜곡과 편견을 형성하는가 하면 자칫 지나친 역사적 충실함으로 인해 특유의 재미가 반감되어 이야기의 가장 기본적인 재미와 감동에 부족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삼국지의 경영학이니 삼국지에서 나타난 인간관계, 성공학, 삼국지로 본 CEO의 조건 등 거창한 수식어를 붙여가며 자기계발서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과연 이런 식으로 삼국지의 매력을 넓히고 작품의 잠재성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웬지 무언가 본질적인 삼국지를 감상하면서 느꼈던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렇다면 요코야마 미쯔데루가 만화로 연재하였던 “삼국지”를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무언가 가르침을 받는다는 느낌 없이, 왜곡되고 편견에 싸여 있지 않는 모습으로, 색다른 시각이나 해석을 통한 또 다른 색깔의 삼국지가 아닌 가장 먼저 접했던 재미있는, 그리고 흥미진진한 삼국지의 이야기를 감상하게 될 것이다. 밤새워 가며 읽었던 이야기,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었던 재미있는 그 시절의 삼국지가 요코야마 미츠테루에 의해서 만화로 탄생되어 가장 순수했던 삼국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삼국지의 매력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어지러운 세상에 필연적인 것처럼 여기저기에서 등장하는 영웅호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수많은 삼국지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지략과 지략의 대결을 통해서, 힘과 힘의 대결을 통해서, 드넓은 중국 대륙을 무대로 펼쳐지는 엄청난 스케일의 전쟁 장면은 압도적이기까지 하다.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과장이나 화면 연출 때문이 아니라 만화이기 때문에 보다 인상 깊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다양한 무기의 디테일한 묘사, 현장감을 살린 배경을 통해 한층 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사하고 흥미진진함을 선사한다. 배신과 음모, 정치적 목적, 서로간의 이익에 따라 적이 되고 아군이 되는 등 인간사의 모든 것들이 담겨 있는 삼국지의 묘미가 지면 위에서 한껏 발휘되고 있다. 캐릭터 중심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역사라는 서사적 흐름을 자연스럽게 전개시켜나가며 이야기라는 본질을 잊지 않고 있다. 나관중이 삼국지를 쓰면서 원했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써 보는 이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한 삶의 모습과 철학, 진리를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화시켰다.

어쩌면 만화이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에서 삼국지 본연의 모습을 흐릴 수도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특유의 그림과 연출은 분명 나관중의 소설로 읽었던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며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작품이다’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작가색이 묻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면에서는 가장 충실한 삼국지가 아닐까? 만화라는 특성을 통해 상상력과 과장, 엉터리의 힘을 발휘하기보다는 만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전달력의 힘을 이용해서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삼국지를 그려내었으며 보다 폭넓은 연령대가 소화할 수 있도록 삼국지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재현하면서도 삼국지의 매력을 한층 더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작품을 읽게 된다면 나관중의 삼국지가 아닌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그린 만화 삼국지를 추천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