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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LOFT 로프트: 강철 작업실

sungjin 2009. 3. 18. 22:00

(C)문효섭/애니북스

문효섭의 스타일은 확고하다. 소재는 물론이고 그림체나 컬러링에 이르기까지 누구라도 보는 순간 ‘문효섭의 작품이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그가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스타일은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철저하게 준비 된 세계관과 설정, 디테일 한 부분에까지 신경 쓴 흔적들을 볼 때마다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좋은 평가를 내리게 된다. 특히 ‘밀리티리’라는 특정 소재에 집중하면서 그가 그려내는 이야기들은 밀리터리 특유의 디테일한 설정과 만화적 상상력 그리고 가벼운 위트와 유머가 함께 하면서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개성 넘치는 문효섭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 일부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잡상노트’를 연상시키는 느낌으로 채워진 오마쥬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지만(물론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향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의 작품에는 다른 작가와는 차별 된 그만의 개성이 넘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ANOTHER WORLD WAR 2 part 1 - 강철의 대지에 이어 이번에 새롭게 단행본으로 발행 된 ‘LOFT 로프트 : 강철 작업실’ 이 같은 작가의 세계를 한층 더 확고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해 발표하였던 7편의 단편들 하나하나마다 세세하게 신경 쓴 세계관의 구축능력은 설장만으로도 즐거움을 주고 있다. 특유의 수채화풍으로 그려진 일러스트가 함께 하는 그의 그림은 밀리터리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한결 부드럽고 밝게 만들어내며 보는 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게 만들었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이 비교적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수채화풍의 일러스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투명감이 마치 밀리터리 스타일의 일러스트집을 화사하게 꾸며놓은 듯 하기 때문이다.

동물로 의인화되어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작품에 대한 거리감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 주고 있다. 호탕하게 웃음을 폭발시키지는 않지만 살며시 미소 지을 수 있는 위트 넘치는 코믹 연출이 더해진 이야기들은 동물로 의인화 된 캐릭터들의 존재로 인해 마치 애완동물과도 같은 친숙함마저 느껴진다. 철저한 고증과 사실적인 묘사로 생생하게 재현해낸 2차 대전의 모습을 재현하는가 하면 만화적 상상력을 한껏 발산시켜 밀리터리적인 재미와 함께 만화적 재미를 담은 이야기를 통해 기발한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허전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밀도 있는 작품이 아닐까? 언급했다시피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한 디테일한 설정과 공간 묘사, 거기에 특유의 일러스트가 더해진 비쥬얼적인 화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며 짧게 구성 된 각각의 단편마다 펼쳐낸 상상력은 개성 있는 재미가 살아 있다. 연출력이나 스토리텔링 등 다소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긴 하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욱 매력적이기 때문에 다소의 부족함은 충분히 날려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