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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목걸이 장인

sungjin 2009. 1. 12. 19:08

ⓒ유시진/서울문화사

유시진의 작품은 사색적이다. 가벼운 학원물이나 흥미진진한 환타지물에서도 유시진의 작품은 학원물의 발랄함을 살려 가벼운 분위기로 발랄한 터치를 입히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을 통해 생겨나는 갈등을 다루며, 환타지 특유의 상상력의 세계를 펼치며 신비로운 흥미진진함으로 빠져들게 하기보다는 환타지 특유의 세계관에 빠져들어 철학적인 주제로 접근하기도 한다.
  
유시진의 두 번째 '목걸이 장인'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과는 다른 환상의 경계선상에서 마음껏 펼쳐낸 상상력은 6편의 단편들을 통해서 하나의 단행본으로 묶여서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되었다.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 된 각각의 단편들은 오랜 작가 생활을 통해 쌓인 연륜만큼이나 한층 성숙해지고 원숙해졌다. 너무나 진지해서 무거움에 무너질 것 같은 이야기도 다소 밝고 가볍게 풀어내는 여유마저 느껴질 정도다. 단편 특유의 간결하고 쉽게 구성 된 이야기는 유시진의 장편에 비해 다소 무게감이 덜한 느낌이지만 덜어진 무게만큼 차분하게 전개되며 사색적인 느낌을 살렸다. 각 단편의 주제는 더욱 명확하고 군더더기 없이 작품의 밀도를 높여 작품에 대한 충실함이 느껴진다. 각 단편의 소재와 주제는 다채롭게 구성되어 독자들로 하여금 풍부한 재료로 구성 된 음식점을 방문하는 듯 하지만 그 맛은 유시진만의 매력이 담긴 사색적이고 차분하게 흘러가는 신비로운 맛으로 되어 있는 듯 하다.

차분하게 흐르는 이야기는 템포를 더욱 더 늦추어 가며 생각에 잠겨들게 한다. 현실과 꿈, 자아 탐구와 내면의 성찰, 결핍된 인간의 마음,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 될 소중함, 성장 등 다양한 주제를 작품마다 던져주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조용히 맛을 음미하듯 유시진의 이야기를 음미하게 된다. 신비로움마저도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음미할 수 있도록 유시진은 관조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작품을 전개해 나갔다.

유시진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작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비교적 작가생활이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된 작품 수가 많지 않게 때문일 것이다. 대신 발표하는 작품들은 하나 같이 충실하다. 독자들로 하여금 전해 줄 수 있는 만족감을 작품 가득 채워 넣을 정도다. 얼핏 느릿느릿 쉬어 가는 것 같지만 어느 새 많은 길을 걸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목걸이 장인에 수록 된 6편의 단편을 읽고 만족스러운 이유 역시 이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