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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고스트페이스

sungjin 2008. 11. 16. 22:07

©형민우

챔프에 처음 프리스트가 연재되었을 때 충격을 받은 독자는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화풍은 물론이고 작품이 자아내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는 한층 더 어둡게 독자들을 공포와 전율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열혈! 유도왕전’, ‘태왕북벌기’ 등의 작품을 통해 패기 있는 작가적 에너지를 보여주었던 그의 작품은 어디까지나 소년지다운 재미가 가득 보여주었던 그가 이토록 철저하게 무겁고 처절한 작품 세계를 들고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사실 태왕북벌기 역시 전작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대담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유도를 했던 작가의 경험과 스포츠라는 만화의 전통적 인기 장르를 통해 좋은 반응을 보였던 그가 당시 유행에서 벗어난 역사물을 들고 나왔으니 말이다. 화려해진 액션과 거칠고 광대한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는 한층 더 강렬해진 펜선과 연출로 형민우라는 작가에 대한 평가를 높여주었지만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에는 조금은 받아들이기 힘든 소재가 아니였을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한다면 프리스트가 형민우라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가장 대표할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쩌면 이전의 작품들은 다소 대중과 타협점을 가지고 있었고 형민우의 작품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입구가 아니였을까? 어쨌든 프리스트 이후부터는 철저하게 형민우의 작품 세계를 펼치기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고스트페이스는 형민우의 작품 세계의 가장 연장선상에서 작가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화풍과 어둡고 무거운, 그리고 처절하게 느껴지는 이미지는 힘이 넘친다. 이야기의 흥미진진함 이상으로 작가가 그려내는 화풍에서 느껴지는 박력, 법과 질서가 무너진, 오직 폭력만이 사회적 질서를 세우는 가상의 공간 ‘소도’가 만들어내는 음산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한층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단순히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펜선과 색채감각, 그리고 가상의 세계 그 차체를 매력적으로 완성해 내었다. 한층 더 세련된, 동시에 힘이 실려 있는 그림과 연출은 감상하는 동안 놀라울 정도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형민우의 작품 세계는 어찌 보면 프리스트를 통해 이미 목표점에 도달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한층 더 나아가기 위해서 자신의 역량을 업그레이드 시켜온 것도 사실이다. 보다 그림에 힘을 싣고 세계를 어둡고 무겁게… 고스트페이스가 형민우의 작품 세계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게 되고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 작품은 형민우가 도착한 작품 세계를 보다 강하게 업그레이드 시킨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