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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Comics/ScienceBooks

사회적으로 규정 된 질서를 파괴해가며까지 배트맨의 존재는 용납될 수 있는 것인가?

프랭크 밀러의 다크나이트 리턴즈는 이 같은 배트맨의 매력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이미 10년전에 은퇴하고 50대 중년이 되어버린 브루스 웨인’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통해서 말이다.

사회적 규범과 질서라는 테두리 안에서 배트맨의 행동은 더 이상 정의라는 이름 하에 묵인 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폭력적인 배트맨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고 법이라는 통제하에 심판을 받아야만 한다. 범죄와 맞서 싸우는 배트맨이였기 때문에 예외가 적용될 수 있었던 사회가 아니였던 것이다. 배트맨의 존재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배트맨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범죄자들의 균형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경찰이라는 공권력이 있기 때문에 자경단의 역할을 하고 있는 배트맨의 존재 가치는 의미가 희석되고 만다. 배트맨의 행동은 절대적 정의와 선악의 명확한 구분을 통해서 규정짓기 어려운 모호한 경계선상에 위치하고 있었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배트맨의 행위는 다르게 해석되고 배트맨의 존재 가치 역시 극단적인 평가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프랭크 밀러는 이 같은 설정 안에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다 진지하게 영웅이라는 존재의 사회적 관계성에 대해서 접근한다. 배트맨이라는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완성 된 설정들을 고스란히 따르면서도 에필로그 이후의 세월을 통해 한층 더 실감나게 그려내었다. 세월의 흐름에 늙어버린 배트맨은 육체적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과 내적 독백을 통해 디테일하게 파고 들며 내면의 심리를 훌륭하게 묘사해 내었다. 사회적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작품 속에 삽입시켜 보다 효과적으로 주제를 부각시켰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으로 연출되는 장면들, 교차 편집을 통해 사회적 관계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주제의 흐름 등 놀라울 정도로 탁월한 작가적 역량을 보여주며 작품 속에 빠져들게 된다.

프랭크 밀러의 펜선이 자아내는 강렬한 대비는 색이 더해지면서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영웅과 정의의 개념이 사회적 질서 하에 모호해지는 작품 속에서 프랭크 밀러의 펜선이 자아내는 이미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강렬함으로 한층 더 주제를 부각시켰다.

다양한 아이템으로 무장하고 뛰어난 추리력과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 된 배트맨이 선사하는 하드보일드한 매력은 늙고 힘에 겨운 중년의 배트맨으로 바뀌어 버렸다. 브루스 웨인의 인생은 종말을 고하고 배트맨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게 되었지만 이 것은 동시에 양면성을 지닌 배트맨의 매력을 잃게 하였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또 다른 배트맨의 매력을 살려내었다.

마치 에필로그마저도 훌쩍 뛰어넘는 듯한 배트맨의 또 다른 이야기 다크나이트 리턴즈는 파격적인 설정과 디테일하게 서술 된 내적 독백과 심리 묘사, 다각적이고 설득력 있게 흐르는 이야기 전개, 효과적인 연출로 사회적 질서와 배트맨의 존재에 따른 의미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 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