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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에상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단순한 문화이상의 가치를 가지며 일본인들과 함께 하는 그들의 삶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화려함이나 세련된 연출, 숨막힐 듯이 긴장감의 연속인 스토리를 가지는 것도 아니지만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감동을 주며 서민들의 옆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과 동일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번 시간에는 이른바 국민만화라고 불리는 작품들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리고 여기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후에 보다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므로 여기서는 작품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 않고 간단한 이야기만 하고 넘어가도록 한다.

사자에상-이 작품은 이제 일본인들과는 뗄 레야 뗄 수 없을 정도로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작품이다. 1969년 10월 5일 첫 방영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무려 33년간이나 방영되며 최장 방영기록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는 작품이다. 원작의 경우 1946년 하세가와 마치코가 후쿠니치 신문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49년부터 아사히 신문으로 지면을 옮기게 된다.) 74년까지 무려 28년 간이나 연재되면서 전 68권의 단행본으로 완결된 이 작품은 평범한 가정주부 사자에상이 꾸려나가는 이소노집안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극히 일상적인 이웃의 모습을 그려내며 굉장한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최초의 일본 TV애니메이션이 방영 되었던게 63년부터이므로 69년부터 현재까지 방영되고 있는 사자에상은 살아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라고 할 정도이며 그리고 이 작품은 최초 방영 때부터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를 굳게 지키며 "이 시간에 가정집을 방문하면 실례"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을 정도이다. 그 증거로 3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현재에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시청율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재방송 방영분까지 시청율 순위에 올라올 정도로 국민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확실히 현재의 애니메이션에 비한다면 화려함도 없고 스토리적으로 확실하게 끌어당기는 資韜쨉?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현재의 애니메이션이 가질 수 없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중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30년 동안 방영되며 국민들에게 보여준 이소노집안 사람들의 모습은 실제로 일본의 지난 30년간 변천사나 다름없다. 당시의 모습이나 복장 등은 물론이고 소재로 사용되었던 에피소드나 다양한 이야기들은 그 당시의 일본의 유행이자 일본인들의 관심사였으며 단순히 신문 기사나 뉴스를 통해서는 표현하기 힘든 일상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퀄리티가 놀랍고 스토리가 치밀하며 작품성이 뛰어나도 절대로 가질 수가 없는 소중한 것들을 이 작품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30년이란 세월이 말해주듯 실제로 이 작품의 팬층은 나이 지긋한 노인에서부터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들까지 폭넓게 구성되어 있으며 또 이들 중에는 굉장한 열성 팬들도 다수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을 분석하기 위한 "사자에상 연구모임"도 있으며 사자에상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을 분석한 두 권짜리 연구 논문집인 "이소노가의 수수께끼"는 발행되자마자 250만부 가까이 팔려나가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다. 사자에상의 팬층이 얼마나 두터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사자에상은 일본의 현대사를, 그리고 서민들의 삶을, 세월의 흐름을 꾸밈없이 진솔하게 고스란히 담고 있는 또 한사람의 일본인으로 서민들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2002.10.25

도라에몽

사자에상이 일본의 서민 그 자체라고 한다면 도라에몽은 일본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작품이다. 이번 시간에는 사자에상과 더불어 또 하나의 국민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고 있는 도라에몽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도라에몽-이 작품이 얼마나 유명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원작만화의 경우 테즈카 오사무 상을 비롯하며 기타 수많은 만화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45권의 단행본 및 장편 시리즈를와 관련 서적까지 모두 1억권의 판매실적을 올린 초 인기작이다.

애니메이션 역시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1973년 4월 1일부터 방영되어 같은 해 9월 30일 종영 되었지만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다시 부활하여 1979년 4월 2일 두 번째 시리즈를 방영하기 시작하며 현재까지 무려 23년간 계속 방영되며 사자에상에 이어서 역대 최장 방영 2위를 달리고 있는 작품이다. 사자에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고 31.2%의 시청율을 기록함으로써 역대 9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현재도 시청율에서 언제나 10위권 안을 유지하며 변함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이다. 참고로 이 작품은 극장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었는데 1980년 첫 극장판 "노비타의 공룡"이 320만명의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하며 그 흥행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도라에몽은 이후 매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며 한결 같이 10억엔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림으로써 일본의 극장가에서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을 지켜준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극장판이 개봉되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역대 누적수익 부분에서 일반 극영화에서도 그 적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 역시 사자에상처럼 긴 세월을 통해 형성된 수많은 그리고 폭넓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자에상 못지 않게 열광적인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도라에몽의 팬싸이트를 가보면 알겠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3000가지가 넘는 수많은 아이템에 대한 분석은 물론이고 도라에몽이 이때까지 걸어온 역사라든지 TV애니메이션과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관한 데이터가 굉장한 분량으로 구축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아직까지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도라에몽 극장판을 보기 위해서 극장을 찾아오며 도라에몽을 언제나 연간 흥행 랭킹 톱10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단순히 TV앞에서 앉아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도라에몽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TV애니메이션 중에서 인기를 얻어서 극장에 개봉된 작품은 많다. 예를 들어 카우보이 비밥이라든가 에스카플로네 같은 작품들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도라에몽만큼 극장으로까지 관객을 끌어오지는못했다는 것은 단순히 대중적인 인기를 넘어서 TV의 팬들을 극장까지 끌어올 수 있는 열정적인 팬들을 그 만큼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인공 노비타는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성격은 유유부단에다 의지력도 하나 없으며 작품 내내 정신적으로나 다른 방면으로 전혀 성장하지도 않는 그야말로 보잘것없는 캐릭터이다. 그러면 도라에몽은 이러한 캐릭터를 통해서 공감대를 형성하였는가? 물론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건만은 아니다. 도라에몽이 "어린이의 영원한 친구"라고 불리는 까닭은 "도라에몽"과 도라에몽의 4차원 주머니에서 나오는 "기발하지만 소박한 아이템" 때문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템은 뭔가 대단한 소원을 이루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도라에몽의 주머니에서는 그야말로 상상하는 대로 다 해낼 것 같은 물건들이 있겠지만 어린이들이 원하는 것은 당장에 숙제를 대신 해 줄 수 있는 것, 시험을 대신 쳐줄 수 있는 것, 자신을 괴롭히는 힘센 아이들을 혼내 줄 수 있는 아이템이면 충분하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닌 시절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숙제가 하기 싫고 시험이 싫었는지....... 물론 지금도 시험과 숙제에 시달리는 건 사실이지만 불안한 장래에 대해서 그리고 기타 다른 걱정이 많은 것을 생각한다면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위와 같은 것들이 세상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가장 큰 골칫거리나 다름없다.

즉 도라에몽은 어린이들이 원하는 것을 가장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당연히 도라에몽은 구세주가 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라에몽은 구세주가 아니라 친구로서 어린이들에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신처럼 권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필요하면 도와줄 것 같이, 무엇이든 가능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그리고 보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도라에몽은 선생님과 같은 역할도 해왔던 것이다. 노비타의 고민을 들어주기 위해서 편리한 아이템을 제공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남용하거나 쓸데없이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벌을 받게 된다. 은연중에 절제 있는 생활 태도를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도라에몽은 상상력에 대해서 그리고 꿈에 대해서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어린이들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이런 것이 한번쯤은 있었다고 상상해 보았던 것을, 그리고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을 도라에몽은 작품 속에서 보여주며 학교 교육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 소중한 것들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주며 지나치다 싶으면 꾸짖어 주는 도라에몽은 가장 훌륭한 어린이들의 친구인 것이다. 원작자의 사망으로 도라에몽을 더 이상 만화로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방영되며 영원한 어린이의 친구로 남을 것이다.

2002.10.25

꼬마 마루코짱(마루코는 아홉살)

사자에상이나 도라에몽처럼 20년이고 30년이고 방영된 작품은 아니지만 역시 일본의 국민 만화로써 자리를 확고하게 잡으며 범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 있다. 사쿠라 모모코 원작의 "꼬마 마루코짱"이 이러한 작품인데 애니메이션이 방영 된지는 아직 1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국민애니로써 충분히 자격을 갖추고 있는 마루코짱에 대해서 계속해서 몇 가지 이야기 하고자 한다.

사자에상도 그랬고 도라에몽도 그랬지만 이 작품 역시 당연하게 만화상을 수상했으며 단행본 역시 초판 240만부라는 어마어마한 발행 부수를 기록하면서 소녀만화는 물론이고 소년만화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굉장한 히트를 누렸던 작품이다.(뭐 초판 발행 부수는 알다시피 나중에 슬램덩크가 250만부를 발행하게 되고 이 기록 역시 원피스가 갈아치우게 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당시의 소녀만화 그것도 주된 독자 연령층이 낮았던 리본의 연재작이 단행본 시장에서 이러한 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지금 봐도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할 사건이다.)

애니메이션은39.9%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시청율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1990년 1월 7일부터 1992년 9월 27일까지 방영된 이 작품은 "마루코 신드롬"이라고 불리며 뉴욕 타임지에 기사가 실렸을 정도로 굉장한 센세이셔널을 불러 일으켰으며 2기 오프닝 곡인 "춤추는 둥둥둥"은 최고의 히트곡이 되면서 당시 일본의 어린이들은 이 노래만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유행을 일으켰던 작품이다.(참고로 마루코짱의 2기 오프닝 곡인 "춤추는 둥둥둥"은 역대 애니메이션 주제가 판매에서도 2위에 랭크되어 있다.) 1995년 1월 8일부터 새롭게 방영되고 있는 이 작품은 역시 현재까지 굉장한 시청율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으며 과거만큼 열광적인 신드롬까지는 아니지만 국민 애니메이션으로써 전혀 손색없는 인기를 누리며 사랑 받고 있는 작품이다.

어릴 때 꼬박 꼬박 일기를 매일 쓰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어릴 적에 꼬박꼬박 일기를 썼던 사람은 극소수라고 말할 정도로 드물 것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정말로 소중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기억나는 건 막연한 에피소드 뿐 이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렇게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어린 시절 지금은 잊어버린 소중한 추억을 담고 있는 일기장과 같은 작품이다. 내용은 지극히 평범하다. 주인공 마루코가 일상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 작품의 내용의 전부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마치 어린 시절 우리들의 이야기 같다. 마나마나 운영자이신 이명석님께서 이야기 한 대로 "어린 시절 내 일기장을 훔쳐보고 만든 이야기 같다."라고 할 수 있다. 방학 숙제를 다 끝내지 못해 울면서 온가족을 동원하는 내용이라든가 설날 방문할 친척들의 집을 계산하면서 설날 동안 받아낼 수 있는 새뱃돈을 계산한다거나 보고싶은 TV프로그램이 있는데 야구보시는 아버지 때문에 말없이 속만 태우는 이야기 등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모두 하나같이 우리가 어린 시절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던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순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려내었다면 아마 평범한 가족용 홈 드라마에 그쳤을 것이다. 만일 굉장한 호평을 받더라도 단순한 대중적인 인기작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열성적인 팬을 만들어낼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굉장히 웃긴 작품이기 때문이다. 슬램덩크가 박진감 넘치고 세밀한 경기묘사를 배를 잡는 코믹 연출을 섞어서 인기를 얻었던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일상의 드라마를 일상적으로 그려내면서도 적절한 코믹성을 가미한 연출로 도라에몽이나 사자에상처럼 차분하고 상쾌한 유머, 절제된 웃음이 아니라 우리들의 배꼽을 저당 잡을 정도의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작품인 것이다.

어린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사고방식과 작가 특유의 말장난 그리고 적절한 해설을 통해서 풀어내는 마루코의 이야기는 일상의 드라마가 웃음을 통해 전달되면서 작품 속으로 독자들까지 끌어들이고 있으며 특히 일상의 추억들을 이렇게 재미있게 보여줌으로써 과거 우리가 어린 시절 겪었던 추억들이 더욱 즐거웠던 추억으로 생각나게 해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코믹성이 가미되어 있지만 이 작품은 어떤 작품보다 진솔한. 그도 그럴 것이 작품의 주인공 사쿠라 모모코(마루코는 주인공의 별명이다. 주인공 사쿠라 모모코의 모습이 둥글고 작다라고 해서 "미루코"라고 불리고 있다.)는 이 작품의 원작자인 "사쿠라 모모코"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강한 공감대를 통해서 솔직하게 풀어가고 있으며 코믹성과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웃음까지 던져주고 있는 작품이다.

일종의 자전적 코믹 에세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80년대 일본 어린이들의 일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국민만화이다.

아마 여러분들도 이 작품을 보면서 이런 말을 할 것이다.

"맞아! 나도 예전에 저랬는데...."

2002.10.25

여기는 카츠시카구 카메아리 공원앞 파출소

이 작품은 1996년 6월 16일부터 방영된 작품이다. 앞에서 소개한 사자에상이나 도라에몽, 마루코짱 같이 10년 이상 방영한 작품이 아니라 아직 방영한지 6년밖에 되지 않은 작품이다. 물론 오랜 세월을 방영한다고 해서 꼭 국민만화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코치카메(작품의 제목이 너무 긴 관계로 일반적으로 부르는 이름인 "코치카메"로 표기합니다.)는 국민 애니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작품을 국민만화로 치고 싶은 이유는 바로 원작만화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아직 6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원작만화의 경우에는 1976년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연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이때까지 발행 된 단행본만 131권으로(10월 25일 현재) 이 부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드래곤볼에 이어서 두 번째로 발행 부수 1억권의 신화를 이룩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의 시청율도 도라에몽과 마루코짱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므로 이대로만 간다면 국민만화로써 충분히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앞에서 소개한 작품 못지 않게 폭넓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굉장히 열광적인 매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다.(이 작품을 위한 해설서도 별도로 발행되어 있다.)

이 작품은 서민들의 일상의 드라마를 그린 사자에상이나 어린이의 영원한 친구 도라에몽, 일본 어린이의 일기장 마루코짱과는 일상의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무리가 있는 작품이다. 그러면 왜 이 곳에 소개하고 있을까?

코치카메는 일본 유행의 변천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주된 에피소드는 책표지에 적혀있는 대로 생긴 건 돌쇠에 믿는 건 뚝심 하나인 사상 최악의 무대포 경찰관 료츠가 벌이는 황당한고도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지만 작품 작품을 통해서 이 작품은 이른바 매니아라고 부를 수 있는 갖가지 소재들이 등장한다. 밀리터리에서부터 피규어 수집, 자동차, 만화 등 한 때 일본에서 유행처럼 퍼졌던 것들에 대해서 각 분야의 매니아들을 등장시키며(물론 주인공 료츠 자신도 엄청난 매니아로 공부를 제외하고는 모르는 게 없고 못하는 게 없는 만물박사이자 맨손의 마법사 맥가이버 같은 캐릭터이다.) 이때까지 일본에서 유행하였던 것들에 대해서 한번에 알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는 취미에서부터 좀처럼 접하기 힘든 전문적인 취미에 대해서까지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작가 역시 모르는 것이 없는 만물박사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보다 폭넓은 당시의 관심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선거 철이 되면 어김 없이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실제로 작품의 에피소드 중에서 료츠가 국회의원으로 출마하여 7표를 얻고 실직자가 된 적이 있다.), 올림픽이 있으면 올림픽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 외 도쿄의 땅값에 대해서, 과외 열풍이 불었을 때에는 과외문제에 대해서 다루며 일본의 주된 사회적 사건이 무엇이 있었는지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러한 사건이 또 다시 되풀이 될 때에는 과거의 에피소드와의 비교를 통해 사회의 변화도 읽을 수가 있는 작품이다. 물론 날카로운 풍자를 잊지 않고 해학적으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사회적인 관심사와 주요 사건들, 그리고 유행에서부터 일상 생활의 모습까지 이 작품은 일본의 문화 생활 전반을 모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주간 연재하면서도 언제나 새롭게 다가오며 웃음을 주는 작가의 코믹 연출 능력에는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소년 점프에서 이렇게 장기 연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세월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서 거부감 없이 연출하며 재미를 전해주는 작가의 역량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