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NOTE

왓치맨(Watchmen)

sungjin 2008. 5. 30. 18:55

사용자 삽입 이미지
 
©ALAN MOORE/DAVE GIBBONS/DC Comics/시공사

영웅이 정체를 숨기지 않는다면? 아마 각종 매스컴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정계의 끊임없는 손길에 지쳐버리고 말 것이다. 일거수 일투족에 시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생활이라는 개념조차 사라질 정도로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보이지 않는 족쇄에 묶여버리지 않을까?

그렇다면 거기에 사회적 법률에 의한 지배까지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왓치맨은 이 같은 배경에서 출발한다.

이데올로기에 의해 적대시 되던 세력과 싸우며 상징성을 부각시켰던 영웅들은 법에 의한 구속력에 의해 절대적 정의라는 이름 하에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영웅으로서의 권리를 잃어버린다. 영웅들의 보조자 또는 뒷 처리 담당에 불과했던 경찰들의 입지는 강화되고 영웅의 존재가치는 큰 의미를 상실한다. 예전의 영웅들과 동료들은 하나 둘 은퇴하고 남은 영웅들 또한 국제적인 통제하에 놓이고 만다.

강렬한 색체의 조화, 힘있는 필치로 그려낸 그림, 반듯하게 나누어진 칸 속에 일률적으로 흐르는 연출과는 대비적으로 난해하고 복잡하게 나열되는 듯한 대사들… 일정하게 나열되는 컷의 흐름과는 반대로 역동적이고 화려하게 펼쳐지는 대사는 작품을 한층 묵직하게 만든다. 화면에 힘을 담아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난해하게 흘러가는 텍스트의 집합처럼 느껴지지만 조금씩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며 재미를 더해간다.

일반적인 히어로물이 가진 화려함과는 달리 비쳐지지 않는 어두운 구석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담아내었다. 영웅을 대하는 시민들과 매스컴의 빛과 그림자, 사회 구조와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다각적인 시각에서 리얼하게 접근하며 문제 의식을 부각시켜 나간다. 화려하고 빛으로 가득한 영웅이 아닌 심리적 불안함과 사회적 틀에 의해 갇혀버린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특유의 어두운 그림자를 담아 묘사해내며 한층 더 무겁게 다가오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