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NOTE

바이바이 베스파(Bye Bye Vespa)

sungjin 2008. 3. 14. 20:07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박형동/애니북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변한 것 하나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판타지는 점점 리얼리티로 변해가고, 이상보다는 현실적으로, 꿈보다는 풍요를 찾게 된다. 불확실한 꿈을 향해 미래를 설계하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현재의 생활 속에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끼고 점점 안주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느낀다. ‘어른이구나…’

박형동의 단편집 바이바이 베스퍼는 어른의 경계선상에서 펼쳐지는 소년의 성장기를 담담하면서도 인상 깊게 그려내며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적셔주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 만화 속에서 보아오던 캐릭터, 몽환적인 배경과  풍부한 감수성으로 채워진 이야기, 현실과 이상의 경계선상에서 소년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시절을 소중하게 그려낸다. 때로는 씁쓸하게, 때로는 아름답게…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그리움을 담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하나씩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들을 상기시켜주며 조용하지만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투박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그림들 속에 담겨 있는 청춘의 나날들, 감각적인 구성과 연출이 돋보이면서도 수수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감성의 조각들, 색감, 여백 등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작품의 이미지를 한층 더 깊게 자아낸다. 생생하게 숨을 쉬는 공기가 채워져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듯한… 흡사 우리 주변 어딘가의 친구들, 그리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일상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상상력을 통해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느낌을 살려내었다.

불안, 안타까움, 그리움… 누구나 거쳐가는, 그리고 겪어왔던 청춘의 단면들을 통해 가슴 한켠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변해가는 자신, 변해가는 세상, 그리고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조용히 감상에 빠져든다. 짧은 이야기 속에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한다. 그 시절의 자신을 돌아보며, 그리고 5년 후 그 시절의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봤을 때… 세월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바래는… 하지만 동시에 반짝이는 소년시절의 꿈, 청춘의 꿈들이 있다. 지난 날의 모습들을 돌아보며 작품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가만히 지켜보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어느 틈엔가 어른이 되어버린 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나날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