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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해석되는 내용은 작가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지지만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감상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재미’라는 단어다. 딱딱하고 경직되기 쉬운 역사의 무거움을 덜어버리고 재치 있는 해석, 역사적 사실을 따르면서도 픽션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며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여기저기 살을 붙여 이야기의 재미를 주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실제 역사적 사실을 다룬 작품들은 역사라는 사실에 대한 이해를 통과하면서도 극적인 재미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오연의 이스트아시아판타지를 보고 느낀 감정은 “충실함”이다. 여기저기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작품을 구성해 나간 흔적이 역력할 정도로 해모수에서부터 이어지는 고구려의 건국 신화를 신화가 아닌 사(史)실로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충실함이란 단순히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적 고증과 철저한 조사를 거쳐 나온 의미도 있지만 만화적 상상력이 넘치고, 작가적 주관에 따른 해석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신화적 이미지와 이야기를 충실히 재현해 내었고,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나 의도하고자 하는 의미가 확연히 드러난다.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넘쳐난다. 재미에 충실하기보다는 순수하게 신화에 충실했고 역사에 충실했다. 만화적 상상력이 한껏 발휘되면서도 재미를 위한 상상력이라기 보다는 알지 못했던, 끊어진 것 같았던 역사의 연결 고리를 위한 상상력이다. 다소 딱딱하고 접근하기 어렵더라도 작가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작품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수묵으로 그려진 화면들은 전통적인 느낌을 종이 위에 훌륭하게 재현해 내었다. 한 폭 한 폭 채색 된 수묵화로 이루어진 작품은 담백하게 배여 있는 수묵화 고유의 느낌을 만화로 자연스럽게 연출해 내고 있다. 수묵이라는 전통적인 회화적 기법을 만화라는 매체에 도입시켜 신선하고 독특한 느낌을 주고 있다. 동시에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역사에 대한 의미와 전통에 대한 의미를 살려나간다.

고대사의 중후함이 살아 있다. 작가가 의도하고자 하는 것들,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수묵으로 표현 된 그림과 연출, 그리고 시대적 고증과 자료를 토대로 펼쳐진 방대한 건국 신화가 역사가 가진 무게와 깊이를 느끼게 한다.

‘충실한 역사만화’, 오연의 이스트아시아판타지는 이 같은 말이 어울리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