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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을지로 순환선

sungjin 2008. 2. 2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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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철/거북이북스

한장의 그림 속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 사이에서, 한적하게 그려진 풍경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창넘어로 바라보는 시선이 머무는 곳,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장소에 이르기까지… 최호철은 말풍선도 없고, 컷의 연출도 없는 단 한장의 그림만으로 삶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풍부하게 들려주고 있다.

여기저기 굴곡을 가지고 왜곡되어 있는 그림들은 일체의 저항감도, 거부감도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온다. 한컷으로 구성된 그의 작품에 그려진 이야기들은 여기저기서 각자의 일상의 단면들을 펼쳐내고 있다. 지극히 일상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작가가 그려낸 세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어딘가 다른 세상 속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고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주 높은 곳에서 보다 멀리, 그리고 보다 넓게 세상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아주 낮은 곳에서 세밀하게 지나치기 쉬운 작은 것들도 놓치지 않는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한장의 그림에 압축되어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작가의 눈을 통해 투영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은 함께 공기를 공유할 수 있게 하였다.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 조금은 불합리한 위치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들쳐내기도 하고, 때로는 밝은 면을 그려내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같이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즐거움을, 행복을 담고 있다. 한컷의 그림이 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보다 넓게 바라보는 시선, 아주 자세하게 담아낸 관찰력은 풍부하고 풍요로운 삶의 단면을 담아내고 있을 뿐 아니라 일상의 작은 행복,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내는 긍정적이고 보람찬 생활의 활력까지 담아내었다.

대사도 없고 만화적 연출도 없는 단 한장의 그림이지만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자연스럽게 삶 속에 위치하고 있는, 아니 우리들의 삶 그 자체를 담아내었다. 다시 한번 삶을 돌아보고 보람찬 삶을 즐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