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바둑왕(히카루의 바둑)

©YUMI HOTTA/TAKESHI OBATA/SHUEISHA/서울문화사

고스트 바둑왕은 바둑에 대한 체계적인 해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바둑의 매력을 한껏 살려내었다. 기보를 알지 못해도, 바둑을 두지 못하는 사람이 감상하더라도 바둑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였다. 정적으로 펼쳐지는 바둑의 세계에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승부의 현장을 묘사하였다. 드라마틱하고 극적으로 전개되는 스포츠만화 이상으로 연출해내며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고 동시에 바둑이라는 것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만들고 바둑의 매력을 일깨워 주었다.

패배의 분함, 승리를 향한 갈망과 보다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하는 의지와 숨막히는 격전의 순간을 작은 바둑판 위에 담아내었다. 심리 상태, 감정의 변화, 다양하게 엮이고 펼쳐지는 순간순간의 장면들을 다각도로 묘사하며 철저하게 압축시켜 독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바둑판 위에 ‘바둑’이라는 이미지를 채워 넣고 생생한 공기를 불어넣었다. 놀라울 정도로 바둑에 대한 이미지를 살려내며 바둑이라는 소재의 매력은 물론이고, 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시켜 작품 속에 함께 빠져들 수 있는 재미를 주고 있었다.

바둑에 대한 이미지 이상으로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었다. 저마다 목표를 가지고 신의 한수를 추구하기 위해서 한발 한발 나아가는 모습, 패배를 경험하고 승리를 경험하며 성장해가는 각자의 모습을 세심하게 담아내며 그들의 이야기에 눈높이를 같이하고 공감하게 하였다. 졌을 때 안타까워하고 이겼을 때 기뻐한다. 때로는 좌절하지만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에 감동하게 된다.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데생력이 돋보이는… 누구보다 그림에 힘을 실어낼 줄 아는 작가지만 바둑에 관심을 두고 이야기의 매력에 빠질 수 있게 하였다. 라이벌의 등장, 함께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벽을 극복해내고 한층 더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는 언제나 전형적이지만 매번 감동을 준다. 같은 이야기라도 보다 깊이 있는 연출력을 보여주며 이야기의 힘을 실었다. 그리고 이 같은 점들이 고스트 바둑왕이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