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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과 2004년도의 점프와 매거진은 희비가 교차하였을 것이다. 물론 발행부수는 양잡지 모두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각각의 잡지에 등장한 차세대 신작들의 성적은 2003년과 2004년도에 점프와 매거진이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상반 된 모습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프는 2003년도에도 계속해서 리빌딩에 박차를 가하며 끊임없이 신작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특히 2003년도 4월에는 점프의 간판 인기작 중 하나였던 '히카루의 바둑'과 점프의 초장기 연재작으로 팬들 사이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아라키 히로히코의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라는 두 기둥들이 연재가 종료되었기 때문에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과 동시에 연재가 장기화 되어 가고 있는 초인기작들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차세대 히트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점프는 과거 푸른날의 마끼바오로 많은 인기를 누린 츠노마루, 바람의 검심이라는 걸출한 히트작을 탄생시킨 와츠키 노부히로 등 기존의 인기작가들의 신작과 점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등장한 태권도 만화 '킥스 메가믹스' 등 신진작가들의 작품을들 연달아 선보이면서 새로운 히트작 발굴을 시도하였지만 결국 와츠키 노부히로의 무장연금 단 한작품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기 하락과 함께 점프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살아남은 무장연금 역시 원피스, 나루토, 헌터X헌터, 테니스의 왕자로 대표되는 점프의 뒤를 잇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인데다가 블리치나 아이실드21 같은 작품보다도 인기가 떨어지는 작품이였다.

결국 점프는 수많은 신작들을 2003년도에 쏟아내었지만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았던 2003년이였던 것이다.

달랑 한 작품만을, 그것도 겨우 생존시킨 수준에 머물렀던 점프와는 달리 매거진은 최고의 한해를 보낼 수 있었다. 집영사에서 건너온 천상천하의 작가 오 그레이트는 '에어기어'(2002년 49호부터 연재)를 선보이면서 단숨에 매거진 최고의 인기작으로 부상하였으며, 확실한 보증 수표가 되어버린 러브히나의 작가 아카마츠 켄의 '마법선생 네기마'가 다시 한번 그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미 성전과 바빌론, X 등의 작품으로 카리스마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클램프까지 '츠바사'라는 신작을 통해 매거진에 합류하면서 매거진의 빅3를 형성시켰던 것이다. 거기다 코바야시 진의 '스쿨럼블'(2002년 47호부터 연재)이 예상치 못한 많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매거진의 기둥을 새로운 작품들로 갈아치우는데 성공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2004년도에 들어오면서 두 잡지는 전년도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2003년 이렇다할 작품없이 기존의 연재작들이 장기화 되어 가는 모습만 보고 있던 점프는 어김없이 2004년도에도 홍수처럼 신작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과거 '보이'로 유명한 우메자와 하루토는 '라이브'를 들고 나왔다. "지옥선생 누베"의 작가 "오카노 타케시"의 신작 "미확인소년 게도~"가 주간소년점프 15호에서, 기대의 신인 "다이 아몬"의 신작 "무적의 강철 공주 스핑짱" 소년점프 16호부터, 17호에서는 "소우카"의 작가 "아즈마 나오키"의 신작 "소년수호신", 그리고 40호에서는 '봉신연의'의 작가 '와쿠와쿠'가 새롭게 등장하였으며 이외에도 수많은 단편작들이 연재되어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한해였다.



물론 방금 언급한 작품들은 모두 인기하락으로 연재 종료, 또는 도중 하차되었거나 앞으로 그럴 예정에 있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소년지 최강의 서스펜스'라는 타이틀을 걸고 2004년 1호부터 야심차게 연재를 시작한 오바 츠구미/오바타 타케시의 신작 '데스노트'는 연재 초반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점프의 빅히트작에 밀리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면서 신간이 나오면 어김없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으며 2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소라치 히데아키의 '은혼'은 조용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편집부의 예상을 넘어서는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확실한 인기연재작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 2004년 8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작가 '아라키 히로히코'의 신작 '스틸 볼 런' 역시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네임밸류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7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호시노 카츠라의 '디 그레이맨'은 겨우 단행본 2권가지 발행 된 상황에서 성급하게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현재까지 팬들의 평가와 단행본 판매 성적을 고려할 대 충분히 차세대 인기작의 대열에 합류하기에 손색없는 작품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보다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26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아마노 아키라의 '가정교사 히트맨 리본'도 충분히 앞을 바라 볼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원피스-나루토-헌터X헌터로 구성되어 있는 트로이카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데스노트', 그리고 테니스의 왕자와 중견작품으로 성장한 블리치, 아이실드21을 대신할 수 있는 '은혼', '디 그레이맨', '스틸 볼 런'이 있다. 딸기100%, 미스터 풀스윙이 종료되도 전혀 걱정이 없는 '가정교사 히트맨 리본'이 2004년도에 점프의 새로운 얼굴로 들어왔다. 여기에 최다 단행본 권수 기록을 지금도 갱신중인 아키모토 오사무의 '여기는 카츠시카구 카메아리 공원 앞 파출소'와 고독한 투사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가 뒤를 받쳐주고 있는 점프의 2004년도는 21세기에 들어와서 가장 큰 수확을 거둔 한해였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여전히 점프를 지탱하는 초인기작들의 장기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데스노트-은혼-스틸 볼 런-디 그레이맨-리본으로 이어지는 신작 라인은 블랙캣과 샤먼킹, 유희왕의 연재 종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힘을 실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21세기 들어와서 가장 많은 히트작드을 탄생시킨 점프와는 달리 매거진은 상당히 우울한 모습이다. '슛'으로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였던 오시마 츠카사가 24호부터 연재한 '스테이 골드', '사상 최악의 레가타'의 작가 '헤이우치 나츠코'가 도전하는 새로운 해석의 삼국지 '覇王の劍'(40호부터 연재), 43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타카오카 에이세이'의 'Full Swing', 아카호리 사토루를 앞세우며 51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신to전국생도회' 등 신작들과 단편작 및 기존의 연재작의 기획용 작품들을 포함하여 무려 26작품이나 되는 신작들을 연재하며 매거진 사상 최다 신작들을 선보였던 한해였지만 김전일이나 겟백커스 얼리데이즈 같은 기존의 작품의 기획성 신작들을 제외한다면 자리를 잡은 인기작은 히나타 타케시의 '소라의 날개' 한 작품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1년전 무장연금 하나만을 생존시켰던 점프의 모습을 이번에는 매거진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도에도 점프는 또 다시 신작 퍼레이드를 펼칠 것이고 매거진 역시 편집장이 교체 된 만큼 또 다른 스타일과 컨셉으로 신작들을 쏟아낼 것이다. 물론 단행본에서는 현재의 매거진은 점프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츠바사와 네기마, 에어기어가 아무리 잘나간다 하더라도 단행본 판매에서 원피스-나루토-헌터X헌터는 물론이고 데스노트나 테니스의 왕자에게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잡지에서만큼은 1,2위를 타투고 있는 잡지이며 일본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편집부의 자존심 대결은 작품 외적으로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과연 2005년도에는 어떠한 작품들이 얼마만큼 쏟아져 나올 것이며 어떠한 신작이 살아남고 히트작으로 부상하게 될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도 만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200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