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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자음과 모음
고우영의 컷 연출은 반듯한 사각형 안에서 일정한 크기로 나누어 연출된다. 칸의 크기를 가로로 또는 세로로 늘린다거나 때로는 확대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사각형의 반듯한 프레임 안에서 절제된 컷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반듯하게 일정하게 늘어서 있는 컷 안의 내용들은 얌전하게 보이는 컷 연출과는 반대로 파격적이다. 군사정부 시절 심의라는 이름하에 무수히 난도질 당하면서도 과감하고 통쾌하게 서민들의 울분을 토해 줄 정도로 고우영의 작품 속에는 시대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때문에 고우영의 작품은 지금 와서 생각해 본다면 처참할 정도로 탄압받았다. 삼국지, 일지매 등 군사 정권 시절 그가 연재하던 만화들은 서민들에게 통쾌하게 울분을 풀어주는 맛이 있었지만 동시에 심의라는 이름 하에 삭제되고 편집되는 등 난도질을 당하기 일쑤였다. 작가는 작품을 만들어 세상에 보낼 때 자식을 떠나 보내는 마음과 같다고 한다. 그런 자식과도 같은 작품들이 검열에 의해 상처를 입게 되었으니 작가의 마음은 과연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수호지는 고우영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불운한 운명을 겪은 작품이다. 처음 연재를 하던 시절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국 연재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빛을 보기도 전에 중간에서 작품이 멈춰버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다시 한번 수호지를 그려나갔다. 비록 건강상의 이유로 이번에도 결국 마지막까지 그려내지는 못했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새롭게 등장한 수호지 역시 과거의 모습 못지 않은 고우영 특유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회적 흐름이 반영 된 날카로운 풍자는 고전 속에서 더욱 빛을 발휘한다. 과거의 모습 속에서도 현대적 감각을 곳곳에 심어 넣고 각종 패러디와 언어유희를 통해 능청스러울 정도로 시원하게 그리고 통쾌하게 풀어준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영웅호걸들의 모습은 고우영을 통해 힘이 넘치면서도 익살 가득한 매력을 지니게 하였다. 고전 속에서 살아 있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현대에서도 생생하게 숨쉬게 만들었다. 때문에 보다 가까운 곳에서 수호지의 무대가 되는 시대에서 억압받고 탄압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공감할 수 있게 하였다.
21세기에도 고우영 특유의 펜선을 통해 그려지는 맛은 여전하였다.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여백의 미는 다른 만화에서는 찾기 힘든 매력이 있다. 일반적인 만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우영 특유의 산천초목의 풍경, 단순화되고 정형화되어 있진 않지만 맛깔스러운 인간미 넘치는 배경화면은 동양적 느낌을 담고 독자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해준다.
어찌 보면 수호지는 고우영과는 인연이 없었던 작품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의욕, 수십년의 세월을 기다려온 독자들의 바램 등을 뒤로하고 미완으로 그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작가와의 상성이 맞지 않았던 것은 아니였다. 아니 오히려 수호지야말로 작가 특유의 해학적 기지와 익살, 현대적 비틀기가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였다. 고우영의 수호지는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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