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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해황기

sungjin 2007. 10. 3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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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atoshi Kawahara/KODASHA/학산문화사

드넓은 바다, 넓은 바다만큼 시원시원한…

카와하라 마사토시의 해황기는 멋지고 장대한 작품이다. 시대의 흐름을 가공의 역사 속에서탁월하게 흘려보내며 영웅의 필연적 등장을 이끌어 내었다. 한편의 대하서사시를 보는 것 같은 큰 무대 위에서 최고의 영웅을 등장시켜 독자들과 함께 사기(史記)를 적어간다.

절대적 힘으로 상징되는 “과학”이 사라져 버린 먼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바다 위의 세계는 작가 특유의 시원한 연출과 함께 호쾌하면서도 순간의 정적인 맛을 느긋하면서도 긴박하게 살려내며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세로로 분할 된 컷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로 컷으로만 구성 된 화면 연출은 물론이고, 다소 불성실해 보이는 여백의 공간마저 공허하다기 보다는 넓은 바다만큼이나 대해(大海)같은 느낌을 준다. 수라문, 수라의 각에서 보여준 액션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어 박진감이 넘친다. 전략과 전술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대규모 전투, 오로지 육체적 능력으로 결정되는 일대일 배틀, 무엇보다 멋지게 펼쳐지는 범선과 함대전은 작품의 매력을 극대화시켜주고 있다. 특히 놀라울 정도로 탁월한 배경 지식과 생생한 리얼함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범선의 모습과 움직임은 놀라울 정도로 작품 속에서 생생하게 묘사되어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방대한 서사시, 영웅서기처럼 흘러가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장대한 스케일만큼이나 멋진 사나이로 그려지고 있다. 주인공 판 감마 비젠이 보여준 인간적인 매력,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여유만만한 미소, 너무나 완벽하기 때문에 매력이 떨어질 듯 하면서도 오히려 더욱 끌리게 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모이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다시는 보기 힘들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장대한 바다의 서사시를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작가는 수라의 각을 통해서 역사적 사(史)실에 대한 독특한 식견을 보여주었다. 해황기는 수라의 각처럼 실제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작가가 창조해낸 새로운 역사적 사(史)실 펼쳐내고 있다. 이제껏 보여주었던 역량이 모두 담겨 있을 정도로 멋진 영웅서사시를 그려나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