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으로 뒤덮인 세계 속에서…” 이시구로 가즈오의 ‘파묻힌 거인’이 선사하는 환상은 묵직하고 흥미롭다. 환상소설이 일반적으로 지니기 쉬운 자유로운 상상의 세상 속에서 무한히 펼쳐지는 환상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조용하게 숨죽이며 한발한발 걸어나가는 듯한 답답함이 담겨 있다. 환상소설이 지닐 수 있는 장점 중 하나인 화려함대신 사색적으로 흐르는 듯한 사고의 호수 밑바닥까지 깊숙하게 가라앉혀 놓고 독자들을 끌어올리는 듯한 느릿느릿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묵직하게… 그리고 이 묵직함을 조금씩 조금씩 작품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매력으로 만들어 간다. 좀처럼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마지막 페이지를 앞두고 있게 된다. 묵직한 이야기의 힘은 특유의 환상과 함께 마지막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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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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