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i's home

지금은 사라진 만화 잡지 ‘보물섬’에서 1983년 4월부터 10년간 연재되었던 둘리는 만화가 김수정이 남긴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그들과 함께 눈높이를 같이 하고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둘리는 조금은 불완전한 모습의 영웅입니다. 둘리는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길 원했던 ‘초능력’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의감에 넘치지만 자신에게는 힘이 없기 때문에 물러서야만 했던 어린이들에게 있어 초능력을 가진 둘리의 모습은 그들이 원하는 영웅으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 작품 속에서 둘리는 곁에 있는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초능력을 사용합니다. 때로는 그것이 과신으로 이어지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런..

2003년 영점프를 통해서 발표되었던 최규석의 “공룡둘리”는 굉장한 파장을 일으켰다. 최규석이라는 작가에 대한 인식을 단숨에 각인시켰으며 뒤늦게 작품을 접하게 된 독자들에게도 충격을 던져주었다. 어린시절 판타지를 꿈꾸며 희망을 주었던 둘리가 이토록 현실의 처절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어린시절의 이상이 파괴되어 버리는 느낌이였다. 단순한 오마주나 패러디를 넘어서 한편의 우울한 블랙코메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으며 동시에 최규석이라는 신인작가의 재능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공룡둘리를 비롯하여 대학시절 그렸던 작품에서부터 데뷔작과 상업지에 발표하였던 단편에 이르기까지 작가로서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해가는 시기에 그려진 단편들을 모은 이번 단편집은 작가의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확실한 작품관을 가진 작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