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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는 외적 정보를 최소화하여 작품을 구성해 나간다. 물론 여성이라는 한계로 인해 사회적 경험이나 행동에 있어서 남성에 비해 제약이 많은 탓도 있었지만 울프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서술 기법의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외적 정보를 최소화 한 것은 아니였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울프의 작품이 지닌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접근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기도 하다.(물론 작품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는 매우 힘들다.) 특히 내면의 의식의 세계를 통해 무한하게 뻗어가는 서술 기법을 통해 외적 구성 요소가 없어도 얼마나 작품이 풍부하고 다양하게 펼쳐내는지는 물론이고 전통적인 형식과 기법을 뛰어넘는 실험성과 초월성을 선보이며 소설의 한계를 넘어선 혁신을 완성하기도 하였다.
“파도”는 이러한 울프의 실험성을 통해 완성 된 대표적인 작품이다. 산문과 소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하나의 거대 산문시와 같은 리듬감을 살린 독특한 이미지를 완성하였다. 9개의 챕터로 구성된 챕터 사이사이에 막간으로 산문시를 삽입하여 구성의 특이성과 함께 작품의 성격까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움을 경험시켜 준다. 또한 등장인물의 서술만으로 작품을 구성하며 의식의 흐름의 또 다른 가능성을 증명시켜 주기도 하였다. 특히 대화와 같은(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내적 독백의 흐름이다. “말했다”라는 단어를 “생각했다”라고 바꾸어 작품을 감상해 보면 보다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술만으로 이루어진 의식의 흐름은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점을 파편화시켜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형태의 공간적 상황을 묘사해내었고 시간과 공간의 복합적인 효과를 극대화시켜 서사의 형식을 뛰어넘어 한층 더 고차원적인 서술형태를 보여주며 독자들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구성의 특이성에 있어서 파도는 돋보이는 작품이다. 막간으로 삽입되어 있는 산문시는 작품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며 단 하루 동안의 태양의 움직임과 파도의 이미지 그리고 자연의 관계를 담아내었다. 그리고 막간에 이어지는 본편은 버나드를 중심으로 일생 동안의 삶의 궤적을 담아내었다. 울프는 본편과 막간으로 이루어진 구성을 통해 평생에 걸쳐있는 삶의 궤적을 한 하루 동안의 파도의 일렁임 속에 겹쳐버린 것이다. 끊임없이 부딪히는 파도의 반복되는 형상 속에 태양의 움직임을 삶의 성장과정에 일치시키고 태양이 뜨고 지는 시점에서 삶의 시작과 끝을 대비시켜 죽음과 동시에 파도는 부서졌다고 묘사한다. 파도의 하루와 평생의 삶을 모습을 통해 영원성과 덧없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준다.
소설이라 부르기에는 모호한 형태로 완성 된 이 작품은 울프의 생각과 자전적 요소들을 담아내며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펼쳐내었다. 여성이라는 한계로 인해 사회의 관습에 자신의 재능을 묻혀버릴 수 밖에 없는 수잔의 이야기, 사회의 관습에 맞서 자신의 삶의 독립성을 획득하지만 힘든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지니의 이야기, 불안한 마음과 정체성을 잃어버리며 결국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내려올 수 밖에 없는 로우다의 이야기는 울프의 이야기이고 울프가 세상에 외친 이야기다. 또한 이상적이고 목표로 해야 할 존재인 퍼시빌이라는 인물과 자신의 이상을 통해 자전적 성장을 이루는 버나드의 존재, 시인으로 세상에 알려진 네빌, 이방인이기 때문에 소외 될 수 밖에 없는 루이스의 모습은 울프의 또 다른 예술가로서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파도의 이야기는 어렵다. 하지만 파도의 이야기에 끌릴 수 밖에 없다. 울프 특유의 서술 기법과 실험성이 만들어낸 초월적이고 혁신적인 모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언제나 여성작가 특유의 감성이 빛나는 잔잔하지만 가슴 깊이 스며드는 이야기이며 파도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놓고 읽어도 감성의 조각들이 반짝인다. 유려한 문체의 묘미가 느껴진다. 형식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파도의 이야기는 문장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듯한 생명력을 지닌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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