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토리야마 아키라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 준 작품은 분명 "드래곤볼"입니다. 단순히 상업적인 수치를 떠나서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선사해 주었던 즐거움과 꿈들은 이미 현재의 젊은 작가들에게는 드래곤볼이라는 작품이 얼마나 존경받고 신성시되기까지 하는지는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드래곤볼"의 팬들에게는 현재의 토리야마 아키라의 활동은 불만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드래곤볼"의 팬이 아니라 "토리야마 아키라"의 팬들에게는 여전히 토리야마 아키라는 실망을 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원래 토리야마 아키라는 연재물을 그리는 작가가 아니라 단편만을 그리는 "단편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토리야마 아키라가 인정받는 이유는 긴 호흡과 치밀한 스토리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재치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아이템, 특유의 팬시형 캐릭터와 강렬한 임펙트, 무엇이든지 가능하고 환상적이고 독창적인 이른바 "토리야마 월드"라고 하는 무한한 상상력이 세계가 펼쳐지는 작품 세계야말로 토리야마 아키라를 천재라고 불리우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드래곤볼에서 연재가 길어지면서 스토리가 늘어짐에도 불구하고 인기는 더더욱 상승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타의 수많은 인기작들이 연재가 길어지면서 인기가 떨어지게 되었던 것과는 달리 "드래곤볼"이라는 작품이 30권 이후부터 그렇게 폭발적 인기와 함께 1억권의 신화를 이룩하게 된 것입니다.

그의 재능은 단편작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합니다. 그의 초기 단편들은 물론이고 닥터 슬럼프, 드래곤볼 시절의 단편들, 그리고 드래곤볼 이후의 단편들이 그토록 지지를 받은 이유도 그의 작가적인 재능은 단편에서 발휘하고 있으며 실제로 토리야마 아키라 자신도 데뷔 이후부터 계속해서 단편을 그리고 있습니다. 닥터슬럼프와 드래곤볼로 이어지는 빡빡한 주간 연재 와중에도 단편을 빠지지 않고 꾸준히 발표하였습니다. 특히 점프의 연재작가임에도 어시를 쓰지 않고 있는 그는 주간 연재 틈틈히 시간을 내어서 단편을 발표할 정도로 그는 단편작에 굉장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작가 자신도 분명히 드래곤볼 이후 장편을 그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특히 그의 단편들이 토리야마 팬들을 만족시켜주는 이유는 드래곤볼 후반부에서 사라져버린 "토리야마 월드"가 다시 부활하였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드래곤볼 후반부에서 이중인격자 런치와 말하는 거북, 차오즈 등 그만의 환상적인 캐릭터들은 등장하지 않으며 여의봉과 근두운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으며, 그만의 기발한 재치가 돋보이는 아이템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습니다. 또한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 충격을 던져주며 열광 시켰던 그만의 독특한 메카닉도 보이지 않게 됩니다. 실제 팬들에게 드래곤볼의 평가가 좋지 않았던 이유는 스토리를 질질 끌며 내용을 늘렸기 때문이 아니라 "토리야마 월드"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드래곤볼 이후 발표되는 그의 단편들은 과거 그가 보여주었던 "토리야마 월드"를 부활시키게 되면서 팬들에게 "역시 토리야마"라는 평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인기를 방영하듯 원피스 등과 같이 훗날 점프에서 인기를 누리게 되는 작품들의 프로트 연재작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팬들이 왜 드래곤볼이 아니라 토리야마 아키라 원작극장이나 닥터슬럼프를 최고의 걸작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왜 그렇게 드래곤볼이 아니라 그의 단편작들과 닥터 슬럼프에 열광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작가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것은 장편이 아니라 단편입니다. 까메오와 패러디, 그만의 독특한 메카닉과 순간순간의 재치와 유머는 짧은 단편일수록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점프에서도 그가 단편을 낼 때마다 단편 연재작으로는 이례적인 광고를 하는 이유도 그의 단편이 보여주는 위력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3.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