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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댈러웨이 부인

sungjin 2012. 3. 2. 23:28

 


버지니아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을 통해 단 하루 동안의 일상을 묘사하면서 댈러웨이 부인의 내면에 흐르는 의식을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비교적 물질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영국사회의 상류층에 속하는 댈러웨이 부인의 모습을 통해 한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공통된 시간적, 공간적 공유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동되는 시선을 따라 주변의 인물들로 의식의 흐름을 전개하면서 다각적인 각도에서 다층적인 전개를 통해 여성의 위치에서 사회적 모습을 그려내었다.

동시에 셉티머스라는 댈러웨이 부인과는 대립되는 위치에 있는 인물의 이야기를 병치시키면서 작품은 보다 많은 주제를 펼칠 수가 있었고 깊이 파고들 수 있었다. 댈러웨이 부인의 이야기가 단순히 일상적이고 여성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둘 수 있었다면 셉티머스의 이야기는 전쟁이라는 주제와 함께 사회적 위치에 따른 차이점과 삶과 죽음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전쟁 후유증을 겪어야 했던 셉티머스의 불안함과 전쟁이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처럼 느끼고 있는 댈러웨이 부인의 평화로움은 전혀 교차할 수 없는 평행선을 따라가면서도 공통 된 시간을 공유하면서 대비 된다. 삶의 방식에서부터 사소한 관심사까지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는 각각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독립적인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두 사람의 대조를 통해 하나의 전체적인 작품의 이미지를 전해주고 있다.

댈러웨이 부인의 이야기는 두근거림이 있다. 첫사랑의 아름다움, 젊은 날의 낭만, 현재의 삶에 대한 관조적인 태도 등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들이 뒤섞으며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보다 생생한 듯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주변의 인물들로 시선의 이동이 자연스럽게 되고 그들의 내면의 주관을 탐색해 나가며 다양한 내면의 의식들이 상호 연결고리를 통해 인과 관계를 구축해 나가면서 보다 다각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큰 굴곡 없이 잔잔한 느낌으로 조용히 독자들의 마음 속에 스며든다.

셉티머스의 이야기는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정작 상류 사회는 어떠한 전쟁의 그림자로 보여주지 않는데도 셉티머스로 대표되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어떠한 긍정의 의미도 없이 무대 위에서 퇴장할 수 밖에 없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가족의 존재도 그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평생을 무감각한 상태에서 전쟁의 충격이 정신적 압박으로 몰아넣고 극단적인 상황으로 향해 갈 수 없는 이야기를 통해 삶의 선택에 대한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두 사람의 이야기, 특히 전쟁에 대한 어떤 감각도 없는 평온한 댈러웨이 부인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여파를 무엇보다 강하게 피력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계층으로 분리 된 사회에 대한 단면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내면을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적인 느낌을 통해 삶에 대한 태도와 동정인 시간의 정적인 순간을 파악하고 인식해 내면서 표현 방법에 있어서 독자들에게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경험을 제공시켜 주었다. 댈러웨이 부인은 일상의 여성과 비일상의 남성, 전쟁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피해자와 평온한 상류 사회의 이야기, 두근거림이 있는 낭만의 추억을 간직하는 삶과 극도로 불안한 심리적 결핍을 지속해야 하는 삶 등 전혀 다른 평행선 위의 두 레일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로 융합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