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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AKI Noriko/HAKUSENSHA/대원씨아이
©SASAKI Noriko/SHOGAKUKAN/삼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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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노리코의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를 처음 접했을 때 느낀 점은 ‘어중간하다’하는 것이다. 여성작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감수성이나 소녀만화잡지에서 연재하면서 보여지는 내용 대신 기발한 감각의 코믹물을 그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믹물이라고는 해도 소년지에서 볼 때처럼 만화적 장점을 통해 연출 될 수 있는 과장도 없었고, 지나치게 희화화되는 표정묘사도 없었다. 웬지 다른 코믹물에 비한다면 닥터 스쿠르에서 보여주는 표정들은 무뚝뚝해 보였다.

하지만 닥터 스쿠르를 읽어가면서 어느새 키득거리게 되고 작품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사소한 대화, 움직임에도 웃음을 참지 못하게 되고 작가가 전해주는 유쾌함에 푹 빠지고 만다. 작가는 일상의 사소한 어긋남, 극히 미묘한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포인트를 잡아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때문에 특별히 과장된 만화적 연출이 아니더라도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웃음은 인간적이다. 실제 상황이라면 큰 사고로 이어져야 함에도 만화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철저하게 일상의 리얼리티를 살려내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닥터 스쿠르는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의학만화였고 작가는 이점에서도 탁월한 현장감과 리얼리티를 살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발표하는 못말리는 간호사 때도 그랬지만 철저한 자료조사와 전문가의 감수를 통해 작품의 사실성을 극대화하였다. 웃음 속에서 생생한 사실감을 살려내었고 전문적인 부분에까지 디테일하게 파고 들면서도 전문적 정보 전달에 중점을 두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작가는 웃음을 중시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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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소학관으로 이적하여 빅코믹 스피리츠에 발표한 헤븐에서도 이 같은 모습은 계속 이어지게 된다. 작가 특유의 일상의 미묘한 어긋남에서 오는 웃음은 변함없이 빛을 발하며 독자들을 즐겁게 하였다. 특히 전작 닥터 스쿠르나 못말리는 간호사가 의학을 소재로 하였던 것과는 달리 헤븐에서는 레스토랑을 소재로 하였음에도 전문적인 데테일함을 고스란히 살려내며 현장감과 리얼리티를 살려내고 있었다. 새롭게 접하는 분야에서도 여전히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자칫 전문적인 이미지로 작품이 변질되지 않게 웃음에 주력하고 있었다.

사사키 노리코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 특히 사사키 노리코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그녀의 작품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일상적인, 그리고 인간적인 웃음을 주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작품의 사실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은 작가적 재능은 물론이고 프로의 자세 역시 칭찬하고 싶어진다. 미스터리 작가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와 함께 한 월관의 살인이 “잇키”에 연재 될 때 잡지의 발행 부수가 올라간 이유 역시 그녀에 대한 신뢰감이 바탕이 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턱대고 신작을 연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구입한다!”라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다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사키 노리코는 개인적으로 그러한 이야기를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작가 중 한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