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야기들은 책 속에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매일 저녁 불멸의 존재들이 진홍색, 자주색, 붉은색을 띤 청색과 그 사이의 모든 색조로 서쪽 하늘을 끝없이 수놓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구름처럼 항상 흘러가면서 끊임없이 변할 것입니다. 그렇게 변화의 시기에도 사라지지 않으며 오랫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SF에 낭만을 가득 담아 사랑을 들려주는 켄 리우는 은하수를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이 넓고 넓은 밤하늘에 낭만과 사랑을 채워 넣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잠시 동안 여운에 취해 있고 싶을 정도로 멋진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 1년에 단 한번의 행복을 위해 슬픔으로 채워질 수 밖에 없는 경우와 직녀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추억과 새로운 미래의 행복으로 바뀌어 간다.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과거에 ..
혹시 뱀파이어(국내 해적판 발행명 : 뱀파이어와의 사랑), 인형사의 밤을 통해 환상 속에서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타차비나 유타카는 허니(Honey)를 연재하면서 이전의 작품들의 환상을 현실로 끌어내리게 된다. 매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사랑의 감정을 담은 인형들의 한정된 시간 동안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이야기였던 인형사의 밤에서 들려주었던 감성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마음의 상처를 지닌 여선생님과 남학생의 사랑을 다룬 허니는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 연출이 빛을 발하면서 다시 한번 독자들을 사로잡게 된다. 한층 더 반짝거리는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유려한 그림체가 더해지면서 빛나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웬지 모르게 앙증맞고 귀엽게만 느껴지는 양호선생님이지만 가슴 속 ..
짧은 뮤직클립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아이돌 에이스는 전형적인 아다치 미츠루의 감성이 넘치는 작품이다. 동시 기획되어 부정기 연재를 통해 단행본으로 발행되었던 만화 아이돌 에이스(아이돌 A)가 현역 여고생+인기 아이돌+고시엔의 에이스라는 비현실적인 캐릭터 설정으로 인해 아다치 미츠루의 현실감을 느끼기 힘들었던 반면 애니메이션 아이돌 에이스는 일상의 풍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거리 곳곳의 풍경들이 함께 하면서 아다치 특유의 말없이 전해오는 이심전심의 마법과 함께 그의 작품의 전매 특허와도 같은 세밀한 배경 묘사의 묘미를 살려내었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과 함께 주인공 아즈사가 거리 곳곳을 돌아다닌다. 말없이 보는 것만으로도 아다치 미츠루의 감성이 전해온다. 아이돌도 아니고 고고야구의 괴물 투수도 아닌 평범..
우리들은 서로가 아담의 선악과이다. 행복이라는 죄를 먹고 타락해 간다. 끝없이 금기를 어긴 죄야말로 우리들의 인연. 우리들은 죄인이 될 운명인 것이다- 키타가와 미유키는 죄에 젖은 두 사람을 연재하면서 자신의 작가적 역량을 쏟아부었다. 피를 나눈 친남매의 금단의 사랑이라는 설정에서 누구나 예상되는 클리셰 덩어리로 뭉쳐진 이 작품은 시종일관 한없이 깊은 나락으로 침몰시키면서 독자들마저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작가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애틋한 감정들을 페이지에 가득 수놓고 무한히 계속 될 것만 같은 금기의 소용 돌이 속에서 눈부실 정도로 반짝거리는 사랑의 감정들을 격정적으로 펼쳐나가면서 독자들을 매혹시켜 버린다. 죄에 젖은 두 사람이라는 제목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들이 허용되고 있었..
데뷔 이후 소녀코믹을 통해서 발표한 단편들과 연작 시리즈를 모은 러브 메모리 박스는 발랄하고 통통 튀는 듯한 감각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신인시절부터 순정만화 특유의 감성연출을 통해 전해오는 미묘한 사랑의 줄다리기에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녀의 작품에 대한 신뢰감을 주었고 키타가와 미유키의 초기 작품들은 신인다운 풋풋함과 작품 속에서 일괄적으로 묘사되는 여주인공의 이미지가 시너지를 자아내면서 부담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상큼하고 발랄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후 소녀코믹을 대표하는 작품들의 트렌드를 정확히 반영하는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소녀코믹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게 되는 키타가와 미유키는 소녀코믹 특유의 틴즈러브적인 요소를 소녀코믹다운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러브코메디의 교과서적인 모습..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안드로이드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시구로 카즈오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AF(Artificial Friend)로 만들어진 클라라를 통해 흐림 없는 눈으로 바라본 인간 세상의 관찰일지는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독자들의 가슴 속 깊이 파고들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 순간 긴 여운 속에 잠기게 하였다. 인간의 장기 대체를 위해 태어난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나를 보내지마’, 진실을 잊게 만든 망각의 세계 속에서 용을 퇴치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 ‘파묻힌 거인’ 등 환상 또는 SF적 세계관 속에서 무거운 주제를 풀어가며 SF 또는 판타지라는 매력보다는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의 분위기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SF 또는 판타지의 세계관을 삽입시키며 자연..
에스에프널이라는 타이틀로 묶여진 SFnal에 수록된 27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씩 SF라는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 폐쇄적인 그리고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정통 SF 또는 하드 SF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SF의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말이다. 이런 건 SF가 아니라 SF의 탈을 쓴 것 뿐 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위대한 거장 또는 고전의 작품들을 나열하며 이런 것이 SF라고 주장하면서 SF의 경계선을 그어버리고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SF에 대한 고집을 피우고 있진 않았을까? 사실 SF는 이렇게나 풍부하고 폭넓은 확장성을 지니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장르임에도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 버리고 만 것은 아닐까? 그리고 다시 한번 SF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 ..
문명이 멸망한 이후 수백년… 폭군의 시대 속에서 등장한 예언의 아이, 의도하지 않은 구세주가 되어 버린 가녀린 소녀, 운명적이였던 소년과 소녀의 만남… 타무라 유미의 바사라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대작”이라는 느낌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치열할 정도로 극한의 전투가 이어지고 세상의 중심에서 가녀린 소녀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면서 독자들의 어깨마저 무겁게 만들었다. 장대하게 펼쳐지는 대하서사시처럼 바라사는 거대한 이미지를 작품 속에서 펼쳐내면서 선이 굵은 이야기란 어떤 것인지를 각인시켰다. 대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숨막히게 마지막까지 달려나간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연출은 물론이고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무게감 역시 작품 속에서 묵직하게 연출된다. 캐릭터의 평면성 또는 입체성을 통해 캐릭터의 매력..
대재앙 이후 먼 미래의 알 수 없는 시대와 장소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인류의 생존사를 그려낸 타무라 유미의 세븐시즈(7SEEDS)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독자들을 압도시켰다. 흔하디 흔한 아포칼립스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산된 설정을 바탕으로 한치의 흔들림 없이 쉬지 않고 달려나가며 마지막까지 숨막히는 긴장감으로 몰아넣었고 치열한 생존의 한가운데 속에도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따스한 감정들을 가득 담아 독자들을 깊은 감동 속으로 몰아넣었다. 예언이 아닌 예측을 통해 결정된 세계의 멸망을 앞두고 치밀하게 준비된 인류의 생존 프로젝트는 수많은 시스템을 통해서 구축되어 있었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구체적으로 밝혀지는 7seeds프로젝트는 마지막까지 작품을 튼튼하게 받치는 기둥이 될 수 있었다. 연재..
모모는 엉뚱해(치비 마루코짱)는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소중한 선물 같은 작품이다. 원작자 사쿠라 모모코의 진솔함이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는 이 작품은 에피소드 한편 한편 변치 않는 반짝임을 가득 담고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마치 마법 같은 모습으로 그 시절의 즐거움을 고스란히 전달해 준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어린 시절 우리들의 일기장을 훔쳐 본 것 같다.’라고 말이다. 사실 이 작품이 작가 본인은 물론이고 출판사조차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당시 일본 만화사상 초판 발행 부수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많이 팔렸던 작품이였다.)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 시절의 추억을 통해 자극하고 그리움 속에서 빠져들게 만들었던 소중한 반짝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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