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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뱀파이어(국내 해적판 발행명 : 뱀파이어와의 사랑), 인형사의 밤을 통해 환상 속에서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타차비나 유타카는 허니(Honey)를 연재하면서 이전의 작품들의 환상을 현실로 끌어내리게 된다. 매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사랑의 감정을 담은 인형들의 한정된 시간 동안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이야기였던 인형사의 밤에서 들려주었던 감성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마음의 상처를 지닌 여선생님과 남학생의 사랑을 다룬 허니는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 연출이 빛을 발하면서 다시 한번 독자들을 사로잡게 된다.

한층 더 반짝거리는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유려한 그림체가 더해지면서 빛나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웬지 모르게 앙증맞고 귀엽게만 느껴지는 양호선생님이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 간직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물론이고 작품을 읽고 있는 독자들마저 응원의 소리를 내게 만든다. 여교사와 남학생의 사랑 이야기는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타치바나 유타카가 허니를 통해 들려주는 여교사와 남학생의 사랑 이야기는 웬지 모르게 특별하게 느껴진다. 더 이상 뱀파이어도 인형술사도 없지만 소녀들의 바램이 담겨 있는 이상적인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통해서 작가는 빛나는 감성의 조각들로 퍼즐을 완성하였다.

허니를 기점으로 타치바나 유타카는 환타지 같은 설정은 배제하고 현실에서 소녀들의 꿈과 바램을 담은 이상향적인 로맨스를 그리기 시작한다. 특유의 밝고 활기찬 캐릭터들의 이면에 상처로 남아 있는 마음의 결핍된 공허함을 메워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배치시켜 타치바나 유타카의 미려한 그림과 반짝이는 감성이 시너지를 내면서 타치바나 유타카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좌충우돌 유쾌한 러브코메디로

허니 이후 발표한 뒤죽박죽 로맨스는 섬세한 감성이 돋보였던 허니의 연장선상에서 엽기적이고 엉뚱한 설정들로 독자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해주게 된다.

흔히 이야기하는 콩가루식 러브코메디를 전면에 내세우고 시작부터 황당한 설정들과 캐릭터들로 유쾌함을 선사한다. 전형적인 쿨뷰티 스타일의 미인이지만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비이상적인 취향을 가진 카쿠라자카 모토코를 비롯하여 응원해주고 싶은 귀여운 여자주인공이지만 누구보다 막나가는 연애관을 지닌 유우리와 하염없이 삽질만 거듭하는 하리오는 물론 아베까지 좌충우돌 사고치며 대혼란의 중심에서 로맨틱 코메디의 즐거움을 가득 담아내었다.

시종일관 유쾌하게 달려나가는 뒤죽박죽 로맨스는 타치바나 유타카가 전작을 통해서 들려주었던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따스함을 잊지 않았다. 안타까움, 애절함의 감정들이 흘러넘치면서 단순히 귀엽고 앙증맞기 때문이 아닌 유우리의 눈높이에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공감대를 만들어간다. 작은 일에도 응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게 되고 누군가의 상처를 다듬어 주고 싶어진다.

반짝임이 넘치는 타치바나 유타카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웬지 즐거워진다. 허니를 통해 환상에서 현실로 내려온 타치바나 유타카가 뒤죽박죽 로맨스에서는 엽기로 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작가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매력은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 적어도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면 외면받거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말도 안되는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치부할지 모르는 이야기지만 작가의 반짝임이 여전히 매력적으로 작용하면서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깨닫게 해 준다. 곳곳에 반짝이는 그림만큼이나 반짝이는 감성의 파편들이야 말로 타치바나 유타카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