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 시간만큼 만족스럽게 읽게 된다. 작품 외적으로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에는 모든 작품 속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MH가 GTM로 바뀌어 버린 명칭 이상으로 메카닉 디자인까지 새롭게 리셋이 되어버린 세계관이지만 작품을 읽으면서 혼란스럽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고딕메이드의 세계관을 이해하게 된다. 방대하게 구축된 세계관과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역사의 연표가 끊이 없이 수정되고 새롭게 작성되지만 너그럽게 허용할 수 있을 정도로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세계는 매력적이다. 작가에 대한 분노나 작품에 대한 실망감과는 별개로 16권이 발매되자마자 그 어떤 작품보다 먼저 책장을 넘기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고딕메이드로 리부트 된 세계관이 카..
가장 혼란스러운 죠죠의 이야기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8번째 시리즈에 해당하는 ‘죠죠리온’은 ‘스톤 오션’이후 새롭게 펼쳐진 평행 세계관에서 시작 된 7번째 시리즈 ‘스틸 볼 런’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동시에 4번째 시리즈인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의 주무대였던 모리오초와 동일한 이름의 마을과 히로세, 키라, 니지무라 등 4부에 등장한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지닌 등장인물들로 인해 죠죠의 세계관을 알면 알수록 더욱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게 하였다. SBR이라는 단어만으로 자연스럽게 스틸 볼 런 레이스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히가시카타 가족의 등장, 죠니 죠스타의 후일담은 전작을 즐겁게 감상했던 이들에게 또 하나의 재미를 선물하였다. 시리즈마다 완결성과 독립성을 지니고 있지만 전체적인 연..
루브르의 고양이에서 마츠모토 타이요가 그려내는 환상은 현실 위에서 두발을 딛고 독자들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림 속을 마음대로 드나들고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고양들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말도 안 되는 엉터리의 세상이라고 느끼기 보다는 세상과 떨어진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현실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가슴 속 깊이 자리잡게 만든다. 다락방을 통해 전해오는 소외감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실종된 누나를 기다리는 늙은 경비원의 이야기에 진심이 전해온다. 모나리자 같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있는 그림을 보여주기 보다는 어딘가에 숨어 있는 숨겨진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은 세실의 모습을 보면서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겉돌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공감한다. 과거 그의 만화가 보..
색도 없고 소리도 없다고 생각했던 무채색 세계는 사실 이토록 풍부한 색과 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우타강의 시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요시다 아키미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속에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그녀의 대표작이자 일본 만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유명한 ‘바나나 피쉬’와 ‘야차’의 치열함은 사라지고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따스함이 잔잔하게 마음 깊이 자리 잡게 된다. 야마카타의 작은 온천 마을에 자리잡은 ‘아즈마야’ 여관을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시 한번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저마다 사연을 담고 아픔을 지닌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흔적들을 더듬어가면서 요시다 아키미가 들려주는 감성의 반짝임을 가슴 속에 담게 된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
삶의 대부분을 V.를 찾는데 할애할 수 밖에 없었던 허버트 스탠슬과 인생이 꼬여 있는 베니 프로페인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수많은 의문점에 대해 명확하게 해답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페이지를 되돌리게 만들었다. 방대한 정보의 압박과 시대적인 배경들이 작품 속에 녹아들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검색활동을 자연스럽게 만들었으며 여기저기 등장인물들의 교차점을 생성하면서 한층 더 이야기를 복잡하게 엮어 버렸다. 동시에 V.의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토마스 핀천의 독특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에 작품의 매력, 토마스 핀천이 만들어내는 매력에 빠져들 수 있게 하였다. 스페인의 V., 크레타섬에서의 V., 코르푸섬에서..
이 같은 정보량을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블리딩 엣지로 토마스 핀천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하는 독자가 아니라면 작품을 페이지를 넘기기 전부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막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방황하고 허우적 될 생각을 하면서도 토마스 핀천의 정보의 바다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또 다른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분명하게 영향을 받은 것은 '아키라'의 네오 도쿄, '공각기동대', 히데오가 만든 '메탈기어 솔리드'예요. 우리분야에선 신과 같은 존재죠. 작품 곳곳에서 다양한 분야의 정보들이 쏟아진다. 단순히 미국의 대중매체, 문화적 트렌드를 나열하는 정도가 아니라 21세기를 누구보다도 최전선에서 접하고 있는 현대인의 정보 검색 수준으로도 벅찰 정도로 토마스 핀천..
쿠보 타이토의 작품은 보는 즐거움이 넘친다. 화면 가득 담겨 있는 스타일리쉬함이 페이지는 넘기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순간의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허풍과 과장의 묘미를 담아서 한컷 한컷 펼쳐낸 감각적인 화면은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지닌 만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만든다. BURN THE WITCH(번 더 위치)를 기대하는 이유, 그리고 이 작품을 읽으면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블리치’의 연재가 길어지면서 생겨난 수많은 모순덩어리들과 헛점투성이들로 인해 생긴 구멍으로 더 이상 작품이 버틸수 없는 상황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정적인 팬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처럼 텍스트를 읽는 즐거움보다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셰익스피어가 예술가라고? 미친... 그놈이야말로 거지 같은 사기꾼이야~~!! 네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에 모두가 웃고, 모두가 울고, 모두가 기뻐하겠지. …틀림없이 그렇게 될 거야. 해롤드 사쿠이시는 “7인의 셰익스피어” 1권를 통해서 그림의 힘이 아니라 문장의 힘이 무엇인지 전해주었다.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생에 속에 감추어져 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자유롭게 상상력을 듬쁙 담은 이야기는 시종일관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말의 가치를 깨우쳐주었다. 7인의 셰익스피어라는 타이틀에서부터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고릴라맨, BECK을 연재하던 할 때와는 달리 이제는 작가에 대한 신뢰와 작품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뒷받침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롤드 사쿠이시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영국이 자랑하..
가는 곳마다 피바다로 변해간다. 지독할 정도로 잔인하게 썰려나간다. 자극적인 묘사와 함께 이야기의 흐름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틀어버린다. 초월적 존재인 악마와 이에 맞서는 데빌헌터와의 싸움을 통해 정석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던 다크 판타지를 유쾌하게 파괴시켜 버린다. 후지모토 타츠키는 체인소맨을 통해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전해 주었다. 작가가 마음껏 펼쳐나가고 싶었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체인소맨이 보여준 의외성은 유쾌함이 녹아들면서 처절하게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무거운 세계관과 이야기 전개속에서도 참신하게 느껴지는 가벼움을 담아낼 수 있었다. 미카미의 정체는? 덴지의 정체는? 아키와 파워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정말로 히메노가? 총의 ..
여자로서 인생의 최우선 순위가 잘못된 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함정에 빠졌다. 내 키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이의 함정에. 혼자 있으면 마치 나라는 존재가 흐릿하게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보람, 목표, 충실함, 성과 그런 것들을 원하게 된다. 멀어져가는 온도차가 쓸쓸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쓸쓸함’은 줄곧 내안에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쓸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내가 언젠가 누군가와 인생을 공유할 수 있을까. 직장여성의 일과 사랑의 사이에서… 불확실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현재의 불안감을 지니고 있는 파견직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낸 오카자키 마리의 ‘& 앤드’는 오카자키 마리 특유의 미려한 펜선과 섬세한 감성연출을 통해 등장 인물들의 머릿 속 생각들, 작품 속에서 흐르는 나레이션 등으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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