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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세븐시즈(7SEEDS)

sungjin 2021. 2. 10. 14:35

대재앙 이후 먼 미래의 알 수 없는 시대와 장소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인류의 생존사를 그려낸 타무라 유미의 세븐시즈(7SEEDS)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독자들을 압도시켰다흔하디 흔한 아포칼립스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산된 설정을 바탕으로 한치의 흔들림 없이 쉬지 않고 달려나가며 마지막까지 숨막히는 긴장감으로 몰아넣었고 치열한 생존의 한가운데 속에도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따스한 감정들을 가득 담아 독자들을 깊은 감동 속으로 몰아넣었다.

예언이 아닌 예측을 통해 결정된 세계의 멸망을 앞두고 치밀하게 준비된 인류의 생존 프로젝트는 수많은 시스템을 통해서 구축되어 있었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구체적으로 밝혀지는 7seeds프로젝트는 마지막까지 작품을 튼튼하게 받치는 기둥이 될 수 있었다. 연재가 길어질수록 처음 구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뜻하지 않게 작품의 규모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무너지고 침몰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튼튼하게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가 길어지고 스케일이 커질수록 보다 작품을 튼튼하게 받칠 수 있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 속에서 다양한 계층과 인간 군상들이 만들어가는 거대한 프로젝트는 작품 전편에 걸쳐 다양한 인간군상의 복합적인 드라마를 완성하였다. 수많은 가능성을 지닌 형태로 확장되고 사계절로 구성된 5개의 생존집단은 처음부터 7seeds 프로젝트만을 위해 구성된 여름A팀을 비롯하여 사회적 기준으로는 결핍된 인격체로 평가 받는 이른바 낙오자 집단인 여름B, 사랑의 가능성과 쌍둥이의 가능성을 심어놓았던 봄팀 등 다양한 정계, 재계의 이해관계 속에서 선발된 수많은 인간군상을 통해 다채로운 인간들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서 다양하게 펼쳐나갔다. 여름 A팀의 잔인한 생존 서바이벌 통해 선택된 7명의 학생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여름B팀의 만남 속에 다시 한번 인간다움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고, 아라시와 하나를 통해 전해오는 사랑의 기적은 여성 작가 특유의 빛나는 감수성을 연출하며 독자들을 감동시켰다. 15년의 고독 끝에 찾아온 만남 속에서 후회로 가득한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갑자원의 에이스 타카히로, 예술의 통해 인가다움을 증명시켜준 하루와 치마키 등 세븐시즈는 멸망해버린 세계 속에서 펼쳐지는 잔혹한 생존 드라마가 아니라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보편적인 인간다움에 대해 다시 한번 찬양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재확인시켜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대재앙으로 인한 인류의 멸망에서부터 희망의 싹을 피우고 싶었던 세븐시즈는 수많은 인간군상과 삶의 교차점 속에서 여기저기 흩어진 퍼즐의 조각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구성된 세계관의 힘을 느끼게 하였다. 때문에 작품의 시작과 함께 쏟아지던 수많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극적인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동시에 세븐시즈는 거대한 스케일과 정교한 이야기 구성, 그리고 작품의 박력에 압도되지 않는 섬세한 작품이기도 하다. 생존을 위한 극한의 투쟁기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찬 이야기다. 읽는 내내 작품의 깊이에 빠져들면서도 마지막까지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이어지는 미래를 펼쳐낸 타무라 유미의 세븐시즈는 그 어떤 작품보다 인간의 어리석음보다 긍정적 가능성을 들려주는 작품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