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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후 소녀코믹을 통해서 발표한 단편들과 연작 시리즈를 모은 러브 메모리 박스는 발랄하고 통통 튀는 듯한 감각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신인시절부터 순정만화 특유의 감성연출을 통해 전해오는 미묘한 사랑의 줄다리기에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녀의 작품에 대한 신뢰감을 주었고 키타가와 미유키의 초기 작품들은 신인다운 풋풋함과 작품 속에서 일괄적으로 묘사되는 여주인공의 이미지가 시너지를 자아내면서 부담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상큼하고 발랄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후 소녀코믹을 대표하는 작품들의 트렌드를 정확히 반영하는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소녀코믹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게 되는 키타가와 미유키는 소녀코믹 특유의 틴즈러브적인 요소를 소녀코믹다운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러브코메디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사랑해 사랑해(그애에게 1000%)는 러브 메모리 박스의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작품세계를 확장시키고 그녀의 작품에 대한 신뢰를 이어나가게 된다. 귀엽고 앙증맞은 여자 주인공이 그려나가는 사랑의 줄다리기는 러브 메모리 박스의 단편들과 연작시리즈를 보면서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살아 있었고 작품 세계가 이어지고 있었다. 작품이 연재되던 소녀코믹에서 키타가와 미유키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도 많고 이 작품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은 더더욱 많지만 그녀의 작품은 소녀시절의 낭만들을 가득 담고 조금씩 조금씩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편안하면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특히 신인시절부터 펜선이 자아내는 섬세함과 미려한터치는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면서 키타가와 미유키의 작품에 대한 기대와 작가에 대한 기대를 지니게 만들었다.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제작되면서 많은 인기를 누린 프린세스 아미는 소녀코믹을 대표하는 키타가와 미유키의 입지를 본격적으로 상승시키게 된다. 일반적인 학원 순정물에유도라는 스포츠의 세계가 더해지면서 한층 텐션을 올리기 시작한다. 데뷔 시절부터 변함없는 키타가와 미유키가 선사하는 로맨틱 코메디의 재미와 조금씩 살짝살짝 엿보이는 성적인 코드의 묘사 그리고 스포츠가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뜨거움이 소녀코믹이라는 잡지의 방향성과 시너지를 내면서 본격적인 인기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된다.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되면서 완결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또 하나의 학창시절의 추억이라는 느낌의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후속작아미 논스톱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주었다.

길거리를 지나면서 한번쯤은 만날 것 같은 귀여운 외모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쉽게 흥분하면서도 다정함이 넘치는 성격에 반하고 이들에게 응원의 소리를 보내게 되는 씩씩한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잘생긴(무뚝뚝하지만 시크함이 너무나 매력적인) 남자 아이돌과 치고 빠지고 때로는 좌절하면서 좌충우돌 사랑의 방정식을 펼쳐나간다. 소녀들의 바램을 담아서 고스란히 작품 속에 반영하고 꿈을 실현시켜주고 있는아미 논스톱프린세스 아미와 함께 키타가와 미유키가 소녀코믹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작품 세계를 지탱하는 대표작으로 평가 받게 된다.

러브 메모리 박스에서부터 이어지는 변함없는 트렌디한 러브코메디지만 소재의 차이에서 오는(프린세는 아미는유도’, 아미 논스톱은연예계의 아이돌’) 신선함이 한층 더 성숙해진 감성 연출과 디테일을 통해서 작가의 역량을 확인시켜주며 단순히 트렌디한 드라마에 편승한 작품이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나감에 있어서 만화라는 매체가 지닌 특성을 활용해서 연출에 따라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언제나 보았고 들었고 즐겼던 키타가와 미유키의 러브 코메디지만 여전히 재미있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그녀의 작품은 결과적으로 작가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 느끼게 하였다.

그녀의 펜선이 자아내는 시각적 즐거움은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랑과 갈등의 연속이 어느 새 장기 연재로 이어지고 장기연재가 지닌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팬들을 실망시키기 보다는 언제나 적당한 타이밍에 매듭을 짓고 새로운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키타가와 미유키의 작품 속에서 언제나 보아오던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이 이번에는 어떤 소재와 세상 속에서 펼쳐지게 될까라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들며동경 줄리엣의 연재가 시작된다.

아미 논스톱에 이어서 소녀코믹에 연재한 ‘동경 줄리엣은 키타가와 미유키가 소녀코믹과 이후 이적하게 되는 다소 높은 연령대의 여성 잡지인 ‘Cheese!(치즈)’의 경계선상에서 키타가와 미유키의 작품세계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싱그러움 가득한 통통튀는 발랄함은 조금씩 옅어지고 조금씩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소녀코믹이라는 잡지의 성향이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노골적인 수위 높은 표현보다는 은연중에 살짝살짝 불건전함을 표현하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작가는 섹슈얼리티 또는 에로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독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작가 생활과함께 세월의 흐름을 함께한 독자들의 연령대를 고려해서였을까? 보다 높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여성지 ‘Cheese!(치즈)’로 이적한 이후 소녀코믹 시절의 생동감과 활기참 대신 노골적인 러브씬과 격정적이고 강렬한, 그리고 치열하다 못해 극단적으로 치닫기 시작하는 작품들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치즈 98 12월호부터 2004 12월호까지 연재하며 18권으로 완결된죄에 젖은 두사람(국내번역판그대 품안으로’)” 18권이라는 키타가와 미유키 최장기 장편 연재작이자 500만부를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키타가와 미유키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녀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동시에 프린세스 아미와 아미 논스톱으로 대표되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완전히 역전시켜버린다. 다소 불건전함이 있었지만 소녀들의 꿈을 담은 사랑의 줄다리기의 매력이 가득했던 캠퍼스 러브 스토리 또는 로맨틱 코메디 특유의 트렌디함이 넘쳐나는 즐거운 이야기를 기대하였던 학원순정물이 아니라 지독할 정도로 심각한 사랑의 열정에 빠져들면서 위험할 정도의 경계선상에서 중독성 짙은 성인용 멜로물로 키타가와 작품 세계는 대표되기 시작한다.

기적적인 만남이 자아낸 운명적인 사랑, 그리고 피를 나눈 남매라는 진실이 자아내는 파국, 수많은 장애물, 좌절, 그럼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끌릴 수 밖에 없는 영혼의 부딛힘금단의 사랑이 필연적으로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격한 감정의 파도와 해일들이 시종일관 몰아치는죄에 젖은 두사람은 독자들의 가슴을 후벼파고 폭풍처럼 몰아치며 키타가와 미유키의 작품이 주는 매력, 키타가와 미유키의 펜선이 자아내는 매력, 키타가와 미유키의 연출이 자아내는 매력을 다시 한번 평가하게 된다. 부담 없이 즐겁게 읽었던 가벼움 대신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으로 키타가와 미유키의죄에 젖은 두 사람프린세스 아미아미 논스톱의 이미지를 덮어버린다. 과거의 키타가와 미유키의 반짝거림을 생각한다면죄에 젖은 두 사람은 분명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이 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였다.

Petit comic 이적후 키타가와 미유키는 본격적으로 성인여성 취향의 멜로드라마를 양산하기 시작한다.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모았던 분륜을 소재로 한후회없이 사랑해를 비롯해 호스티스 여주인공을 등장시켜 2대에 걸친 막장 드라마를 완성한마녀는 두 번 신음한다등 노골적인 정사장면이 이제는 당연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키타가와 미유키의 작품 세계는 어느 순간부터 변해 있었다. 키타가와 미유키의 작품이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던 캐릭터 메이킹은 동일하고 한층 성숙 된 펜선과 감성 연출은 작가적 역량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더해지면서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묘사와 변함없이 발랄함이 통통 튀는 모습은 여전했지만 대립과 갈등은 한층 더 심해지고 주인공들에게 좌절을 안겨주기 시작한다. 사춘기시절의 아픔과 성장통 대신 어른이 되어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지만 포기하지 성취해내는 사랑의 기적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데뷔시절부터 양산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캐릭터 구성과 드라마 전개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작가 특유의 펜선과 연출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가보다 어떻게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마지막은 비극이 아닌 해피엔딩을 통해 전해오는 행복한 결말은 파국으로 치닫고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여타의 작품과는 달리 키타가와 미유키의 작품 특유의 행복이 감동으로 전해오며 깊은 여운을 남기며 독자들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남자, 운명이니까는 21세기에 발표한 키타가와 미유키의 작품이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주었던 작품이다. 작가 자신도 이야기할 정도로 이 정도로 수수한 여자 캐릭터를 그리는 건 처음이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21세기에 작가가 발표한 작품들 중에서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스타일과 작품 색깔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유쾌, 경쾌, 상쾌하게

부동산 기업 미츠보시 부동산 총무부에서 근무 중인 오가타 시오리의 수수한 모습과 신주쿠 최고의 손금 점술가로 명성이 자자한 신주쿠의 앙주라는 화려한 모습은 여타의 작품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수 없이 익숙한 설정인지도 모른다. 이중적 삶을 통해 기묘하게 대비되는 주인공의 갈등, 주인공의 또 하나의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반복되는 오해와 엇갈림, 그리고 주인공의 정체를 알게 되는 남자 주인공과의 악연의 시작과 갈등, 사랑의 다툼은 작품의 시작과 동시에 모두가 당연하게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의 전개방식일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키타가와 미유키의 작품이 지니는 매력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가보다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뻔하디 뻔한 클리셰로 점철된 이야기도 재미있게 들려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남자, 운명이니까를 읽으면서 뻔해!라는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재미있어요!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데뷔 시절부터 트렌디한 드라마를 들려주면서 작품 속 에피소드마다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센스 넘치는 위트와 유머러스함으로 즐거움을 선사했던 작가답게 각각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반복되는 기승전결을 취하고 고객에게 진심으로 집을 판매하는 것이 아리나 미래의 행복을 판매한다라는 일괄된 주제를 취하고 있음에도 매번 즐거움 가득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수수하지만 볼수록 사랑스러운 여성과 잘생긴 외모에 화려한 여성편력을 지닌 쿨한 남자 주인공의 좌충우돌 러브코메디는 소녀코믹 시절 키타가와 미유키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소녀들의 낭만이 가득 담긴 틴즈러브 느낌의 학원물이 연령한 높아진 OL물로 진화하였다. 죄에 젖은 두사람 이후 노골적으로 수위를 높이던 여성향 멜로 드라마가 아니라 오해와 엇갈림의 반복 속에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사랑의 줄다리기가 만들어내는 유쾌함 가득한 러브코메디가 될 수 있었다. 더 이상 꿈많던 고등학생도 아니고 현실의 벽에 지친 삶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직장여성이 등장하지만 그 남자, 운명이니까의 에피소드들은 그 시절 키타가와 미유키의 러브코메디가 보여주었던 즐거움이 있었고 다시 한번 반짝거릴 수 있는 감성의 조각들이 담겨 있었다.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다. 작품의 메인 소재이기도 한 손금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더라도 작품을 즐기는데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한편 한편 완결되는 에피소드가 쌓여가면서 어느 사이에 가까워진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작품 속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죄에 젖은 두 사람에서 보여주었던 금단의 사랑이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의 거대한 장벽에 좌절하지 않고 사랑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수수한 직장 여성과 우수한 능력을 지닌 쿨한 남성의 평범하다면 평범한 로맨틱 코메디의 가벼움이 다시 한번 키타가와 미유키의 작품세계를 연상시키고 초기 시절의 작품들을 떠오르게 만든다. 처음 만났을 때의 오만함으로 판단했었던 편견들이 허물어지고 서로가 좋아하는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울고 웃으면서 마무리 되는 행복한 결말을 통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죄에 젖은 두사람 이후 다시는 키타가와 미유키의 작품에서 느끼지 못할 즐거움이 이제까지 발표하였던 그녀의 어떤 작품보다도 풍부한 형태로 전해온다.

이 작품이 그녀의 대표작으로 평가 받기에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 경쾌, 상쾌하게 즐길 수 있는 트렌디한 작품은 21세기의 키타가와 미유키를 아는 독자라면 최고의 즐거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PS 무엇보다 이 작품은 키타가와 미유키의 팬들이 열광할 수 밖에 없는 단행본이기도 합니다. 무려 아미 논스톱동경 줄리엣의 특별편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렸던 키타가와 미유키의 대표작이기도 한 두 작품의 완결 이후의 또 다른 에피소드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임과 두근거림을 선사합니다. 물론 그 시절보다 한층 성숙해지고 다듬어진 그림과 연출을 통해 그려지는 짧은 에피소드이기 때문에 그 시절의 느낌은 아니지만 또 하나의 추억을 자극하면서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아미 논스톱과 동경 줄리엣의 페이지를 펼치게 됩니다. 그리고 키타가와 미유키의 반짝임이 가득했던 소녀코믹 시절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분명 키타가와 미유키는 소녀코믹에서 연재하였던 하기오 모토의 토마의 심장이나 타케미야 케이코의 바람과 나무의 시 같은 불세출의 작품도 없고 동시대 활동하였던 와타세 유우의 환상게임처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히트한 작품도 없습니다만 그 시절 가장 소녀코믹다운 작가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