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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바사라

sungjin 2021. 2. 10. 16:42

문명이 멸망한 이후 수백년폭군의 시대 속에서 등장한 예언의 아이, 의도하지 않은 구세주가 되어 버린 가녀린 소녀, 운명적이였던 소년과 소녀의 만남

타무라 유미의 바사라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대작이라는 느낌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치열할 정도로 극한의 전투가 이어지고 세상의 중심에서 가녀린 소녀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면서 독자들의 어깨마저 무겁게 만들었다. 장대하게 펼쳐지는 대하서사시처럼 바라사는 거대한 이미지를 작품 속에서 펼쳐내면서 선이 굵은 이야기란 어떤 것인지를 각인시켰다.

대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숨막히게 마지막까지 달려나간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연출은 물론이고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무게감 역시 작품 속에서 묵직하게 연출된다. 캐릭터의 평면성 또는 입체성을 통해 캐릭터의 매력을 살린 것도 있지만 작품 속에서 작가는 캐릭터들의 인상을 강렬하게 그려나가면서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 이야기의 힘도 압도적이지만 캐릭터의 힘 역시 압도적일 수 밖에 없도록 타무라 유미는 바사라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면서 작품을 구성하는 세계관, 이야기, 등장인물 등 모든 것을 깊고 강렬하게 그려내었다.

한치의 흔들림 없이 이야기를 달려나간다. 길고 긴 여정을 마무리하기까지 바사라의 이야기는 중량감을 유지하면서 이야기의 매력을 독자들에게 알려주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과정,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는 수많은 희생을 극적으로 그려나가며 마지막까지 손에서 떼기 힘들 정도로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완성하였다. 장편 연재작의 장점은 숨막힐 정도로 급발진하면서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같은 완급 조절이 아니라 시종일관 독자들과 함께 달려나갈 수 있는 긴장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바사라의 이야기는 후일담을 제외한다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바사라의 세계 속으로 푹 빠져들 수 있게 하였다.

엇갈린 운명이 자아내는 소년과 소녀의 만남은 바사라라는 작품의 매력을 최고로 끌어올리게 된다.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운명 같은 만남을 통해 싹트는 사랑의 감정은 여타의 고전적인 이야기 속에서 흔히 접하는 클리셰지만 바사라라는 작품 속에서는 이 같은 클리셰마저도 독자들을 무한한 감동으로 몰아넣게 만드는 힘을 지니게 된다. 안타까운애절한가슴 아플 수 밖에 없는 감정의 섬세함을 작가 특유의 펜선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더해지고 특유의 감성들이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출하면서 앞으로 이어지게 될 이야기의 전개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음에도 독자들을 가슴을 흔들 수 있는 드라마로 완성하였다.

거대한 스케일과 함께 섬세하게 연출되는 감성의 조각들이 함께 하는 바사라는 단순히 시련과 역경을 넘어선 강인한 여전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소녀로 돌아가고 싶었던 연약한 소녀의 이야기다. 멸망 이후 펼쳐진 영웅호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엇갈린 운명 속에서 피어난 극적인 사랑이야기다. 힘이 넘치는 굵은 선이 아니라 미묘한 감정의 흐름까지도 전해지는 섬세한 선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마지막까지 읽고 난 이후 작품에 압도되기 보다는 깊은 감동에 취해있고 싶은 작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