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보고싶은 건 네 자기 위로 따위가 아니라고!!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사랑이 펼쳐진다. 동시에 좌절감도 함께… 동경일일 속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일본만화의 영광을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한다. 폐간된 잡지에 대한 책임을 지고 30년동안 근무한 출판사를 떠나게 된 시오자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엿볼 수 있는 만화에 대한 삶의 궤적은 화려했던 인쇄만화 시절의 영광을 떠올리게 만든다. 모치츠키 미네타로, 츠게 요시하루, 시라토 산페이, 모로호시 다이지로, 테즈카 오사무, 이시노모리 쇼타로, Dr.슬럼프(토리야마 아키라), 메종일각(타카하시 루미코), 하나와 카즈이치, 우메즈 카즈오, 코바야시 마코토, 오오시마 유미코, 타니구치 지로, 오토모 카츠히로, 하세가와 마치코, 마츠모토 레이지 ..
“죄에 젖은 두 사람”의 성공 이후 꾸준하게 성인여성 취향의 멜로드라마를 양산하던 키타가와 미유키는 “그 남자, 운명이니까”를 통해 경쾌하고 유쾌한 로맨틱 코메디의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하지만 ‘그 남자, 운명이니까’의 미지근한 반응은 결과적으로 다시 한번 ‘죄에 젖은 두사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소토오리히메가 저지른 죄는 친형제를 사랑한 것.” ‘피를 나눈 누나와 동생의 금단의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다시 한번 작품을 관통하기 시작한다. 작품 속에서는 좋아하는 감정을 감추고 있음에도 두 사람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대기업 재벌 후계자, 남동생을 사랑하는 남자 동창생의 존재 등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지나칠 정도로 비현실적인 남자 캐릭터들 간의 인연 고리는 ..
1993년 주간소년챔피온 10호에서 첫선을 보인 하마오카 켄지의 괴짜가족(우라야스 철근가족) 시리즈는 악질적이고 엽기적인 개그만화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형태의 슬랩스틱 코메디와 기상천외한 에피소드, 그리고 개그만화 특유의 불사신이라는 설정을 조합하며 폭소만화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체험시켜주었다. 찡그린 얼굴 표정만으로도 폭소탄을 터트릴 수 있는 하마오카 켄지의 표정 연출은 오직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초월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의 매력이 더해지면서 놀라울 정도로 유쾌한 웃음을 조합하였다. 단순히 가볍게 웃고 즐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위 환경을 아랑곳 하지 않고 혼자서 키득대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일상의 별 것 아닌 행동하나하나가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만화이기 때문에 완성할 수 있는 ..
1989년 슈에이사의 소녀만화잡지 “리본” 8월호부터 11월호까지 연재되었던 히이라기 아오이의 “귀를 기울이면”은 작가 특유의 풋풋한 소녀 시절의 감성을 담아내며 잔잔하면서도 오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작품 곳곳에서 학창시절의 추억의 조각들이 반짝인다. 미래에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도 해본 적이없던 소녀가 확실한 목표를 지닌 소년과의 만남 속에서 자신의 꿈을 스케치하는 과정, 상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는 이성에 대한 기대감,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 가져다 준 작은 인연의 소중함, 좋아하는 소년에게 느낀 실망과 아쉬움, 좀처럼 용기를 낼 수 없어서 말할 수 없는 감정 등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시즈쿠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어딘가의 환상이 아닌 우리들의 일상처럼 위치하고 같은 공기를 공유하게 ..
“하루키니까…”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라는 제목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이 먼저 생각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하루키의 작품은 이제까지 발표해왔던 하루키의 세계 속에서 변주곡처럼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신작이 나왔다고 특별히 경이로운 체험을 선사할 것이라는 독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도시와 불확실한 벽’을 감상하는 동안 ‘하루키니까…’라는 관성의 법칙에 자연스럽게 올라타게 된다.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하루키의 작품답게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선상에서 기-승-전-결로 이야기의 매듭을 묶지 않고 중간에 놓쳐버리는 결말, 현학적인 듯하면서도 의외로 간단하고 쉬운 문장과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다가오는 모호함은 기묘한 매력을 지니면서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작가에 대해 미안해질 정도로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이 전해주는 경험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만화라는 매체가 지닌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 속에서 후지모토 타츠키는 만화라는 매체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황당함과 당황스러움이 만화적 엉터리로 포장되는 특유의 이야기 전개방식이 강력한 흡입력을 지니게 되고 어느 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마치 영화 같은 느낌으로 흐르는 이야기 전개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도 독자들에게 물음표를 남긴 채 마무리 되지만 완벽한 이야기의 완결성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작품을 음미하게 만든다. 주인공의 현실은 여기까지였는가? 그렇다면 여기서부터는 환상인가? 에리의 말이 맞다면 여기서부터 현실인..
켄 리우의 SF에는 과학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인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이 함께 한다. 미지의 세계 저편으로 안내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가상의 이론을 풀어나가기 보다는 사람들의 부딪힘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인도한다. 비록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무서운 현실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꿈과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게 말이다. 두번째 오리지널 한국어 에디션으로 기획된 단편집 “신들을 죽임당하지 않을것이다”는 켄 리우의 SF를 감상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를 느끼게 한다. 동시에 켄 리우의 단편들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는 SF의 가능성과 매력을 다양한 형태로 전달해 준다. 어딘가 먼 미래의 환상이 아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가족간의 사랑을 담아 사랑스러운 SF의 매력을 담아낸다. 싱귤래리티 3부작..
“1화 만신” 만화가 후지모토 타츠키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인용되었던 단어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초반에 보여주었던 기대감이 작품의 이야기가 길어지고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짧게 끊어지는 이야기의 완결성을 지니고 있을 때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은 최고의 즐거움을 경험시켜 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신뢰는 만화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단편은 무조건 믿고 소장한다!라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학생시절부터 구상하고 그려왔던 단편들을 모은 두권의 단편집 ’17-21’과 ’22-26’을 감상하면서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이 지닌 강력한 재미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아님에도 기상천외하게 다가..
은수저(Silver Spoon)은 아라카와 히로무에 신뢰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녀의 작품을 언제나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것이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무조건 감상하게 되고, 설령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후에 펼쳐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만든다. 은수저의 소재가 농업고등학교를 무대로 펼쳐지는 학원물이지만 일상의 드라마 속에서도 작가는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준다.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담았고 만화 특유의 과장된 연출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미소 짓게 만들고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소박한 삶의 단면들을 곳곳에서 느끼게 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었고, 한적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농업고등학교의..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은 언제나 기대감을 가지게 만든다. 작가의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소재를 선택하든 이야기를 풀어나가든 특별한 이유없이 작가의 작품들을 빠짐없이 감상하게 만든다. 룩 백을 읽고 난 이후 작가에 대한 기대감은 당연한 결과였고 작품에 대한 평가는 기대 이상이였을 것이다. 단편이기에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마무리로 완결성을 높였기 때문에? 흘러가는 세월과 계절의 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배경 연출?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이자 등을 기댈 수 있는 의지가 되어가는 청춘의 성장 드라마 속에 연출되는 섬세한 감성의 조작들이 반짝이기 때문에? 특유의 클리셰 비틀기를 통해 완성되는 후지모토 타츠키가 선사하는 서사의 흔들림?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연출이 기묘할 정도로 긴박한 구성과 맞물리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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