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NOTE

클라라와 태양

sungjin 2021. 4. 12. 17:05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안드로이드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시구로 카즈오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AF(Artificial Friend)로 만들어진 클라라를 통해 흐림 없는 눈으로 바라본 인간 세상의 관찰일지는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독자들의 가슴 속 깊이 파고들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 순간 긴 여운 속에 잠기게 하였다.

인간의 장기 대체를 위해 태어난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나를 보내지마’, 진실을 잊게 만든 망각의 세계 속에서 용을 퇴치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 파묻힌 거인등 환상 또는 SF적 세계관 속에서 무거운 주제를 풀어가며 SF 또는 판타지라는 매력보다는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의 분위기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SF 또는 판타지의 세계관을 삽입시키며 자연스럽게 풀어나간 이시구로 카즈오는 이번 작품에서도 인간을 대체하는 안드로이드의 이야기, 유전자 시술을 통해 향상된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가 결정되어지는 세상 속에서 마음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게 만든다.

흔하디 흔한작가는 어딘 선가 본듯한 익숙한 설정으로 구성 된 세상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클라라의 눈을 통해 독자들의 눈을 일치시킨다. 소녀와의 만남을 통해 학습해가는 클라라의 모습,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게 되는 안간 사회의 단면들, 사랑의 존재로 만들어지기 위해 복제되는 안드로이드의 모습을 보면서 익숙한 이야기가 아니라 감성의 파편들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들은 어느 샌가 가슴 깊이 스며들면서 감성에 젖게 만든다.

과학의 발달이 초래한 의도하지 않은 폐혜(선택 받지 못한 릭의 존재나 부작용일지도 모르는 클라라의 병, 인간다운 감정을 지닌 우수한 안드로이드의 등장으로 인해 위협을 느끼는 인류의 모습 등)를 통해 미래사회에 대한 경고를 이야기 하기 보다는 병약한 소녀 조시와 누구보다 조시의 행복을 바랬던 안드로이드 클라라의 우정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전달한다. 야적장에서 더 이상 AF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클라라와 처음 매장에서 판매를 담당하던 매니저와의 대화를 통해서 마지막까지 재미와 감동이라는 이야기의 힘을 유지한다. 마지막까지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가득 담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느껴지는 클라라의 모습 속에서 이시구로 카즈오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주제와 함께 소설이 지닌 감동과 여운을 전달하였다.

재미있어요!라는 감상보다 감동적이였어요!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마음은 복제할 수 있는가? 존재의 의의는 무엇으로 규정되어 지는가? 등 작품을 읽고 수많은 화두를 던질 수 있지만 정말로 이 작품을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좋은 소설이라는 표현보다는 감동의 여운이 깊었던 소설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