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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 앤드’ by 오카자키 마리

sungjin 2021. 6. 22. 16:53

여자로서 인생의 최우선 순위가 잘못된 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함정에 빠졌다. 내 키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이의 함정에.

혼자 있으면 마치 나라는 존재가 흐릿하게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보람, 목표, 충실함, 성과 그런 것들을 원하게 된다.

멀어져가는 온도차가 쓸쓸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쓸쓸함은 줄곧 내안에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쓸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내가 언젠가 누군가와 인생을 공유할 수 있을까.

직장여성의 일과 사랑의 사이에서불확실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현재의 불안감을 지니고 있는 파견직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낸 오카자키 마리의 ‘& 앤드는 오카자키 마리 특유의 미려한 펜선과 섬세한 감성연출을 통해 등장 인물들의 머릿 속 생각들, 작품 속에서 흐르는 나레이션 등으로 서술되는 문장의 미려함이 함께하면서 깊은 공감을 자아내었다. 레이디스 경향의 만화가 흔히 채택하는 전형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한층 더 깊고 파고들며 풍부하게 표현하는 이 작품은 불안정한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나가면서도 여성들의 바램을 담아내면서 이상적인 모습들을 담아내었다.

지독할 정도로 현실적인 모습들 속에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미래가 불안할 수 밖에 없는 파견직 여성의 이야기, 일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사랑만으로는 미래의 행복을 보장할 수 없는 현대인들의 삶이 작품 속에 녹아 있었고 독자들의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흘러가는 나레이션을 통해,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가슴 속에 남겨질 수 밖에 없는 문장들이 작품 속 곳곳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고 그들의 사랑을 바라보게 되는 것 이상으로 페이지 곳곳에 펼쳐진 문장의 매력들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상처받은 누군가. 위로 받고 싶은 누군가가 아니라 작품을 바라보는 모두에게 마음 속 한 구석에 남아 있는 불안함을 의지할 수 있도록

한컷 한컷 떼어서 전시하고 싶을 정도로 미려한 화면들은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컷 한 컷 집중하게 만든다. 불안한 현실에 부딛히면서 지칠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의 삶을 그려나가면서 눈부실 정도로 미려한 펜선이 자아내는 그림의 매력은 작품에서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아주 작은 감정의 파편 조차도 하나씩 끄집어내어 그 안에 담겨 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감각적인 화면 구성과 미장센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반짝일 수 밖에 없는 조각들로 그려나간다. 그림이 지닌 매력과 문장이 지닌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연출을 통해 앤드의 이야기는 영상 매체나 텍스트 중심의 매체가 아닌 한 컷 한 컷 그려진 만화의 매력을 느끼게 하였다.

레이디스 경향의 여성 만화의 전형적인 모습을 지닌 작품이지만 마지막까지 작품 속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일과 사랑 사이에서 끊임없이 부딛힐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의 결말을 보면서 잔잔하지만 긴 여운에 취해 있고 싶고, 화려한 펜선과 미련한 화면들을 보면서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현대인들의 불안함, 안타까움, 애절함, 바램과 소망 등 지극히 평범한 감정들을 담은 대사들을 음미하고 가슴 깊숙히 스며들게 만든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스며들 수 밖에 없는감각적이고 화려함 그림들이 아니라 반짝이는 감성의 파편들이 자아내는 문장의 빠져들 수 밖에 없는현실적인 삶 속에서 마지막까지 현실적인 결말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는페이지를 덮고 난 후 잠시 동안 여운에 취해 있을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