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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 시간만큼 만족스럽게 읽게 된다. 작품 외적으로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에는 모든 작품 속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MHGTM로 바뀌어 버린 명칭 이상으로 메카닉 디자인까지 새롭게 리셋이 되어버린 세계관이지만 작품을 읽으면서 혼란스럽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고딕메이드의 세계관을 이해하게 된다. 방대하게 구축된 세계관과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역사의 연표가 끊이 없이 수정되고 새롭게 작성되지만 너그럽게 허용할 수 있을 정도로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세계는 매력적이다. 작가에 대한 분노나 작품에 대한 실망감과는 별개로 16권이 발매되자마자 그 어떤 작품보다 먼저 책장을 넘기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고딕메이드로 리부트 된 세계관이 카렌에 의해 역사개변된 세계라는 충격적인 설정이 밝혀지는 16권이지만 충격보다는 한층 더 다채로어지고 확장된 신들의 이야기를 즐기는 재미가 더더욱 커져간다. 트래픽스1에서 보여주었던 수많은 복선과 설정들이 16권에서 새롭게 연계성을 지니면서 트래픽스1의 페이지를 다시 한번 넘겨보게 만든다. 이미 수십년 전에 연재된 내용이지만 여전히 잊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이 작품의 이야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느끼게 된다. 화려한 메카닉 디자인과 매혹적인 캐릭터 디자인, 해체되어 있는 시간 속을 넘나들며 거대한 신화를 그려나가는 방대한 세계관 속에서 작품의 가장 본질적인 재미와 감동에 충실한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라는 작품은 화려함과 압도적인 서사만이 아니라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두근거림을 지닌 소중한 작품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좋아하는 소녀를 위해 싸우는 소년의 이야기가 아닌 신들의 싸움이 펼쳐진다. SF로 접근하기 보다는 신화로 감상해 주길 바랬던 작가의 의도대로 16권에서 펼쳐지는 신들의 이야기는 놀라움이 가득한 신들의 이야기였다. 작품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위트 넘치는 대사들을 곁들이면서 운명의 여신과 이세계의 신들간의 혈투는 신화의 영역에서 무한한 세계로 확장시켜 나가면서 독자들을 끝없는 신들의 역사 속으로 초대하였다.

아득한 과거의 시간과 머나먼 미래의 시간들이 교차하면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연의 고리를 찾아내는 즐거움이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이 지면 위에서 뿜어내는 매력이 더해진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설정들이 새롭게 펼쳐지고 생각없이 지나쳤던 장면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면서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가 지닌 무한한 서사와 복잡하게 얽혀있는 플롯간의 연결고리가 이어지는 재미가 극대화 되기 시작한다. 스파크가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로 완성되어 작품의 주역으로 활약할 거라 생각한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드래곤의 이야기, 악마의 이야기가 이렇게 SF적으로 녹아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야기의 완결을 기대하기는 힘들지 모르지만 여전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설령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즐길 수 있을 만큼 계속해서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이야기가 계속되길 바라게 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두근거리게 만들 미처 눈치 채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될 것들이 아직도 무궁무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