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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BURN THE WITCH(번 더 위치)

sungjin 2021. 7. 21. 11:22

쿠보 타이토의 작품은 보는 즐거움이 넘친다. 화면 가득 담겨 있는 스타일리쉬함이 페이지는 넘기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순간의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허풍과 과장의 묘미를 담아서 한컷 한컷 펼쳐낸 감각적인 화면은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지닌 만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만든다.

BURN THE WITCH(번 더 위치)를 기대하는 이유, 그리고 이 작품을 읽으면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블리치의 연재가 길어지면서 생겨난 수많은 모순덩어리들과 헛점투성이들로 인해 생긴 구멍으로 더 이상 작품이 버틸수 없는 상황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정적인 팬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처럼 텍스트를 읽는 즐거움보다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번 더 위치라는 작품은 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번 더 위치는 이전 작에서 보여주었던 감각적인 스타일리쉬함이 변함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밀도 낮은 화면 구성과 쓸데 없는 대사가 남발하더라도 순간의 미장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면 당연시 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스타일리쉬한 디자인, 스타일리쉬한 액션은 물론이고 순간의 흑백의 화면에서 표현되는 그림의 힘과 함께 강렬한 임펙트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이야기의 흥미진진함을 통해 독자들에게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순간의 장면이 만들어내는 임펙트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가 아니라 만화를 잘 그리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도록 번 더 위치의 페이지는 쿠보 타이토의 스타일리쉬함을 가득 채우고 있다.

유쾌하게
점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작가답게 위트 넘치는 유머와 센스는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야기의 진부함이나 반복되는 세계관, 이미 활용된 적이 있는 구성이라도 코믹한 대사와 연출을 통해서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치열한 사투의 현장에서 무겁고 심각한 전개 속에서 작품을 침몰시키지 않고 무게를 덜어주면서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였다.

여기저기 구멍을 만들고 더 이상 작품의 세계관을 지탱할 수 없게 되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한다면 조금 이상한 표현일까? 어쨌든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적어도 실망감으로 바뀌게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