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는 엉뚱해(치비 마루코짱)는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소중한 선물 같은 작품이다. 원작자 사쿠라 모모코의 진솔함이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는 이 작품은 에피소드 한편 한편 변치 않는 반짝임을 가득 담고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마치 마법 같은 모습으로 그 시절의 즐거움을 고스란히 전달해 준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어린 시절 우리들의 일기장을 훔쳐 본 것 같다.’라고 말이다. 사실 이 작품이 작가 본인은 물론이고 출판사조차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당시 일본 만화사상 초판 발행 부수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많이 팔렸던 작품이였다.)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 시절의 추억을 통해 자극하고 그리움 속에서 빠져들게 만들었던 소중한 반짝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꼬..
온종일 생각만 하고 살면 피곤하지 않냐? 세상에서 가장 심심한 이야기, 그리고 가장 심심하지 않은 이야기. 이가라시 미키오가 들려주는 보노보노의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심심한 이야기다. 하지만 보노보노에게 있어서는 가장 즐거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가만히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기만 해도 궁금증이 생겨나고 질문을 던지게 된다. 보노보노에게는 세상에서 너무나 당연시되는 것이란 없는 것만 같다. 돌맹이를 찾는 행동에서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헤엄치기만 해도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된다. 때문에 보노보노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물음표들을 끊임없이 띄운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의미를 찾게 되고 지나칠 수 밖에 없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단면들..
1983년 월간소년매거진 12월호를 통해 첫연재를 시작한 쿵후보이 친미(원제: 철권친미)는 오랜동안 꾸준히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단순히 시대에 한명 나올가 말까한 천재적 재능을 지닌 무술소년이라고 생각했던 친미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성장해 가는 모습은 소년만화의 정석처럼 흘러가지만 정직할 정도로 정석적인 전개가 오히려 강력한 매력을 지니게 하였습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감, 아무리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기지를 발휘하며 어려운 고비를 헤쳐나가는 친미의 모습은 현재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합니다.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쳔편 일률적인 내용이고, 주인공입니다만 결과적으로 이 같은 교과서적인 친미는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
천일야화, 노아의 방주 그리고 살만 루슈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살만 루슈디판 천일야화같은 이 작품은 한밤의 아이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환상은 현실 속에 배치되고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이슬람의 철학자 이븐루시드를 사랑했던 마족의 여왕 두니아의 후손들을 통해 천년-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전개되는 이 작품은 특유의 환상과 현실의 존재, 세계가 혼재되어 매혹적일 수 밖에 없는 살만 루슈디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든다. 공중을 떠다니고, 자신의 이미지를 실체화시킨다. 한날 한시에 태어나면서 신비로움 힘을 지닌 살만 루슈디의 대표작 ‘한밤의 아이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2년 8개월 28일의 밤에 등장하는 이능의 힘을 지닌 자들은 이븐루시드와 두니아의 후손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작품 속에서 기이하고 신비로운 환..
니시오 이신은 칼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재능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작품을 완성함에 있어 텍스트의 현란함을 나열할 수 있고 캐릭터를 설정함에 있어 개성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알고 있는 작가다. 이야기를 구성함에 있어 난잡하게 전개해도 아무런 혼란함도 느껴지지 않고 단숨에 읽어 나갈 수 있는 재미를 줄 수 있는 작가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이 지니고 있어야하는 가장 큰 미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니시오 이신의 칼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밖에 없게 된다.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단숨에 읽어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단순히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뛰어넘어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캐릭터가 재미있어요. 설정이 재미있어요. 표현 방식이 재미있어요 등 작품이 독자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게 되는..
야마자키 타카코의 보이!(PPOI!)는 연재가 길어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고 작품의 연재초반 느꼈던 특유의 쾌활함이 희석되고 조금씩 짙은 색깔들이 삽입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작품에 읽는 즐거움이 소모되게 됩니다. 현실적이기 보다는 어딘가의 이상향처럼 느껴지던 타이라와 만리(반리)의 이야기는 변해버린 그림체 만큼이나 작품의 색깔 역시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타이라와 만리(반리)의 이야기는 가슴 깊이 잔잔한 여운을 남기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고민도 날려버리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타이라를 통해 전해지는 따스한 감정들이 여전히 반짝거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준비중.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은 “닛세이와 츠부라가 아니라 타이라와 만리였다면?”입니다. 보이!라는 작품이 후반으로 갈수록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
쇼가쿠칸의 격주간 만화잡지 소녀코믹 92년 1호(91년 12월 발행)를 통해 세상에 첫선을 보였던 환상게임은 소녀코믹의 메인 독자층이였던 여성은 물론이고 특유의 예측불허의 개그컷과 웃음 포인트와 소녀코믹 특유의 불건정성(?)이 더해지면서 남성독자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누렸고 90년대 소녀코믹의 수많은 연재작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판매고를 올리면서 천만부를 돌파하는 히트를 기록하였다.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대중들에게 폭넓은 인기를 누렸으며 18권의 단행본으로 마무리 될 때까지 꾸준한 인기와 동시에 마지막까지 독자들을 실망시키는 일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다. 이후 이 작품은 와타세 유우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고 전성기 시절의 작가의 코믹연출과 스토리텔링의 밸런스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 받게 된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이 세계로 날아간 소녀,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다는 거대한 힘을 지닌 채 저주받은 아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소년과 이 힘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펼쳐지는 수많은 모략과 암투… 히가와 쿄코의 바람의 저편(저편으로부터)은 익숙한 설정과 소재, 익숙한 캐릭터, 그리고 익숙한 이야기 전개를 보이는 만화다. 하지만 재미와 감동이라는 만화가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본질적인 공통분모는 새롭고 신선한 소재, 실험적인 연출이 아니라 가장 보편적인 모습을 통해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소년과 소녀의 만남, 엇갈린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없이 깊어지는 두 사람의 감정, 두 사람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인연과 세상의 변화는 진부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들을..
아서 클라크는 정말로 우주는 동경하는구나! 아서클라크의 단편집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는 감정을 표현할 때 또는 아서 클라크의 단편집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게 된다면 불필요한 미사어구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주를 동경하고 사랑하고, 인류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가의 이야기는 언제나 미래에 대한 무한의 가능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때문에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 마음이 풍성해지게 된다. 이야기를 들려줌에 있어서 텍스트가 지닌 잠재력, 문장의 힘이 아니라 상상하고 있는 것들 것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장르가 SF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머나먼 어딘가에서 울려펴지는 인류의 서사시 같은 거대한 스케일 속에서 독자들을 압도할 필요도 없고 무한하게 펼쳐진 우주 공간에..
한편 한편 작가의 애정이 느껴진다. 타카하시 루미코의 단편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 할 때 매번 같은 소리의 반복이기 때문에 이제는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여전히 반복해서 이야기하게 된다. 여성작가 특유의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 살인적인 주간연재 중에서 잊지 않고 발표할 정도로 작가의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 읽고 있는 내내 독자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걸작 단편들이라고 말이다. 표제작 마녀와의 디너를 포함해서 수록된 6편의 단편들은 황혼기를 공유하는 남자가 한창 연하의 젊은 여성에게 호감을 가지면서 생기는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단순히 신체적인 쇠퇴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입지가 축소되고 불안해지며 가족 내에서도 권위를 상실한 가장으로 모습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어린 여성에게 호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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