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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자키 타카코의 보이!(PPOI!)는 연재가 길어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고 작품의 연재초반 느꼈던 특유의 쾌활함이 희석되고 조금씩 짙은 색깔들이 삽입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작품에 읽는 즐거움이 소모되게 됩니다. 현실적이기 보다는 어딘가의 이상향처럼 느껴지던 타이라와 만리(반리)의 이야기는 변해버린 그림체 만큼이나 작품의 색깔 역시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타이라와 만리(반리)의 이야기는 가슴 깊이 잔잔한 여운을 남기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고민도 날려버리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타이라를 통해 전해지는 따스한 감정들이 여전히 반짝거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준비중.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은 닛세이와 츠부라가 아니라 타이라와 만리였다면?”입니다. 보이!라는 작품이 후반으로 갈수록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마지막까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도 타이라와 만리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마지막까지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묘한 감정의 흐름 속에서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모습 속에서조금씩 조금씩 스며들어오는 야마자키 타카코의 감성들은 준비중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아카데미아 모험자를 읽으면서 느꼈던 반짝임, 보이!를 읽으면서 느꼈던 반짝임은 결국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간직하였던 것처럼 준비중.의 이야기 역시 야마자키 타카코 특유의 반짝임이 느껴집니다.

인연의 교차점이 만들어내는 연결고리는 매번 의도하지 않은 웃음과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에도 멋진 낭만이 담겨 있습니다. 준비중.의 이야기는 분명 야마자키 타카코의 반짝임으로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타이라랑 만리가 얼마나 매력적이였는지를 느끼게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츠부라처럼 단순히 독특한 취향을 지닌 캐릭터 설정이 아니라 타이라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학생의 반짝거림만으로도 캐릭터가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고민도 즐거운 추억으로 만들어 버릴 것 같은 타이라-만리-마코토-히나키의 보이!가 계속해서 생각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였고 결국 준비중.이라는 작품은 야마자키 타카코가 가지고 있는 감성의 조각이 자아내는 장점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보이!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의 매력이 족쇄가 되어 버린 작품이 아니였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