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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편 작가의 애정이 느껴진다. 타카하시 루미코의 단편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 할 때 매번 같은 소리의 반복이기 때문에 이제는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여전히 반복해서 이야기하게 된다. 여성작가 특유의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 살인적인 주간연재 중에서 잊지 않고 발표할 정도로 작가의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 읽고 있는 내내 독자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걸작 단편들이라고 말이다.

표제작 마녀와의 디너를 포함해서 수록된 6편의 단편들은 황혼기를 공유하는 남자가 한창 연하의 젊은 여성에게 호감을 가지면서 생기는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단순히 신체적인 쇠퇴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입지가 축소되고 불안해지며 가족 내에서도 권위를 상실한 가장으로 모습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어린 여성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연출한다. 어딘가의 환상이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작가는 소박하지만 깊게 공감할 수 있도록 현실감을 부여하고 삶 속에서 지나치기 쉬운 소중한 감정들을 끄집어 내면서 감정의 파편들을 독자들의 마음 속 깊숙히 새겨버린다.

때로는 현실적으로때로는 환상적으로

타카하시 루미코의 역량은 소박한 삶의 단편을 그리면서 더욱 빛을 발휘한다. 허공에서 현실로 내려온 작가의 이야기는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기를 생성하지만 환타지적인 설정에서도 변함없는 현실감을 부여한다. 마법을 사용하는 마녀를 등장시키고, 인간의 모습을 한 죽은 개의 영혼을 등장시키면서도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 이웃의 이야기처럼 친근하게 다가오고 마치 우리들의 삶을 엿보는 듯한 느낌으로 깊은 공감대를 자아낸다. 명랑 코메디로서 엉터리를 그리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작가로 평가 받는 타카하시 루미코지만 그녀의 천재성은 만화라는 매체가 지닌 특유의 허풍의 미학이 아니라 만화의 미덕인 엉터리마저도 현실감을 부여하고 환상도 그녀의 손을 거치면 현실이 되어버릴 정도로 탁월한 이야기꾼이고 연출가라는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마녀와의 디너를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그 동안 꾸준히 발표해왔던 그녀의 단편들을 감상하면서 느끼던 감정들과 동일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가슴 한 켠에 남아서 깊은 여운을 취해있고 싶게 만든다. 황혼기를 지내는 중년-노년의 남자가 주책없이 어린 여성에게 호감을 가지는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특정의 연령이나 성별이 아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특정의 캐릭터, 소재에 상관 없이 그녀의 단편은 매번 소박한 삶의 단면을 발췌해서 소중한 반짝임을 보여주면서 잔잔한 여운 속에 취해 있고 싶게 만든다. 평균적으로 1년에 한편씩 발표되기 때문에 다음 단편집을 만나기 위해서는 6년이라는 시간을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기다림을 충분히 감내할 정도로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타카하시 루미코의 단편은 언제나 일상의 삶 속에 우리들이 놓치고 있었던 반짝임을 보여주며 잔잔한 여운을 선사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