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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오 이신은 칼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재능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작품을 완성함에 있어 텍스트의 현란함을 나열할 수 있고 캐릭터를 설정함에 있어 개성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알고 있는 작가다. 이야기를 구성함에 있어 난잡하게 전개해도 아무런 혼란함도 느껴지지 않고 단숨에 읽어 나갈 수 있는 재미를 줄 수 있는 작가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이 지니고 있어야하는 가장 큰 미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니시오 이신의 칼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밖에 없게 된다.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단숨에 읽어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단순히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뛰어넘어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캐릭터가 재미있어요. 설정이 재미있어요. 표현 방식이 재미있어요 등 작품이 독자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게 되는지를 느끼게 한다.

한달에 한권씩마치 공장처럼 작품을 찍어내면서도 칼 이야기의 세계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 이미 처음부터 구상했던 역사개찬이라는 거대한 이야기의 구조 안에서 니시오 이신 특유의 환타지와 SF가 혼재 된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간다. 가장 견고하다는 절도에서 시작해 가장 날카롭다는 참도, 가장 평범하다는 천도, 가장 아름답다는 박도, 가장 방어적인 적도, 가장 무겁다는 쌍도, 가장 사악하다는 악도, 가장 인간적인 미도, 가장 독이 없는 왕도, 가장 성실하다는 성도, 가장 독한 독도, 그리고 어떤 명칭도 붙지 않고 마지막 완성형 변체도로 등장하는 염도에 이르기까지 칼 이야기라는 제목에 걸 맞는 개성을 칼에 부여하였고 동시에 칼을 다루는 검사들에게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였다. 처음부터 기계적으로 계산되는 함수처럼 이야기를 구성하였고 최종적으로는 허도()의 형태로 완성되는 칼 이야기의 설정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획된 흐름 속에서(박도 하리의 일탈을 통해 예상하지 못했던 니시오 이신 특유의 엉뚱함에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들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게 된다. 더 이상의 추가적인 설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칼 이야기는 12자루의 칼의 존재만으로도 작품의 완결성을 명확하게 매듭짓고 역사개찬이라는 거대한 계획 속에서 완성된 이야기의 단단함을 지니게 되었다.

쉬지 않고 달리게 된다. 작가 역시 쉬지 않고 빠르게 칼 이야기를 써내려 가지만 작품을 읽는 독자들 역시 빠르게 작품을 읽어나가게 된다. 불필요한 설명 없이 펼쳐지는 니시오 이신의 텍스트는 특유의 낮은 밀도와 속도감을 유지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즐거움을 가득 담아 화려한 액션 소설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하였다. 설정만으로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작품이지만 이야기꾼의 재능을 지닌 작가의 역량이 12권이라는 분량 안에서 최고로 펼쳐지면서 읽고 있는 내내 눈을 뗄 수 없는 소설이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작품 속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마지막까지 쉬지 않고 달려가면서 액션활극의 긴장감을 폭발시켜 나가면서 칼 이야기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족하다는 느낌도 없고, 지나치게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지루하게 만드는 느낌도 없으며, 자칫 매너리즘에 빠져 후반으로 갈수록 작품의 힘을 빼버리는 어리석음도 보여주지 않은 채 처음 모습 그대로 마지막까지 훌륭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재미있다!라는 감상과 함께 멋지다!라고 작품에 대해 호평하게 된다. 작품을 어떻게 시작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칼 이야기는 허도를 제외한 모든 것을 퇴장시키면서 확실한 마침표를 찍게 된다. 칼은 물론이고 작품의 세계관을 지배하고 있던 역사개찬마저도 무대 위에서 내려오게 만든다. 역사개찬 계획과 함께 작품 속에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던 완료형 변체도의 제작자인 시키자키 키키도 무대 위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예정된 것처럼 칼 이야기는 역사개찬 계획’, ‘시키자키 키키’, ‘12자루의 완성형 변체도모두가 무대에서 퇴장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긴 채 마무리 된다. 아쉬움도 실망도 없이 가장 니시오 이신다운 스타일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칼 이야기 시리즈는 니시오 이신의 대표작으로 추천하는데 손색없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칼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거라는 것은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했을 테지만 이정도로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1달에 한권식 12권의 단행본으로 발행되었던 칼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한달에 1편씩 12편으로 방영되었다. 원작의 컨셉을 맞추기 위한 방송 스켸쥴이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의 완성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였고 이는 곧 높은 퀄리티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Take의 캐릭터 디자인과 컬러링이 영상으로 펼쳐지면서 칼 이야기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재현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니시오 이신의 속도감이 액션의 속도감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연출되었다. 시간적 여유가 만들어낸 안정된 작화퀄리티는 감상하는 내내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원작의 일러스트로밖에 감상할 수 밖에 없었던 캐릭터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특유의 컬러링이 만들어내는 감각들이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Take의 동글동글한 캐릭터들이 화려한 색채들로 구성되어 독특한 타케의 화풍을 만끽할 수 있게 하였다.

니시오 이신의 예측불허의 장난끼가 어김없이 발휘되었다. 원작에서도 상상할 수 없었던 압도적인 액션 스케일을 예고편에서 보여주었던 박도 하리를 감상하면서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진 기대감을 박살내었다. 지나치는 캐릭터들 속에서 니시오 월드를 삽입하였다.

숨막히는 전개와 치열한 액션 연출 속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필살기의 향연과 타격감, 박진감이 보는 이들마저도 시원하게 날려버린다. 속도감 넘치는 원작이 영상을 통해 더욱 더 속도감 넘치는 액션 연출로 단숨에 사로잡는다.

기대이상의 모습으로 연출되었고 기대를 뛰어넘는 모습으로 펼쳐지는 칼 이야기는 원작의 설정과 세계관을 훌륭하게 영상으로 구현하였고, 원작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하였다. 외전, 에필로그 성격의 수많은 특전이 함께 하면서 칼 이야기의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니시오 이신을 아는 사람, 칼 이야기를 이미 읽은 사람들에게 만족스러운 작품이지만 오히려 원작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더욱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시키자키 키키와 역사개찬 계획이라는 독립적이고 완벽하게 구성된 작품의 세계을 구현했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는 여타의 시리즈, 니시오 이신 월드와는 아무런 접점이 없다. 때문에 칼 이야기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니시오 이신 월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