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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를 읽으면서 존경스러움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아일랜드’를 영구보존 시켰다는 점이다. 사진이나 동영상, 각종 다큐멘터리나 백과 사전 등을 통해서도 과거의 아일랜드를 복원할 수 있겠지만 조이스는 그 이상의 것들을 담아내었다. 아일랜드의 역사가 담겨 있었고, 아일랜드의 문화가 담겨 있었다. 누구보다 긍지 높은 아일랜드의 과학과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아일랜드 무형적 가치를 일깨워 주었으며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민족의 정서와 삶의 단면들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었다. 작품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물론이고 사소한 것에까지 자칫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아일랜드의 고유함을 간직하고 있다.

신화와 역사, 철학, 구전 민요와 설화에 이르기까지 마치 아일랜드의 백과사전 같은 정보와 지식을 한 권의 책 속에 압축시켰다. 아일랜드의 역사와 함께한 수많은 실존 인물들과 역사의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사건들을 율리시스의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내었다. 켈트 신화의 원형을 간직하고 게일어를 현재까지도 보존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는 특유의 민족적인 자긍심과 결속력이 작품을 통해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국가의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 지역과 인종 그리고 시대를 넘어 존속할 수 있다면 얼마나 부러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율리시스”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문학사적인 위치와 그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것들은 보면 이 작품은 아일랜드가 만든 가장 위대한 작품이자 동시에 아일랜드를 위대하게 만든 작품같다.

동시에 아일랜드의 현재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에 보다 다각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들었다. 지나친 민족주의가 자칫 국수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깨우쳐 준다. 인종차별적인 문화가 부정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가르쳐준다. 정치적으로 방랑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일랜드의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하였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문학이 추구하는 시대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800년에 가까운 기나긴 핍박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는 그들만의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고 이 같은 민족적 자긍심은 수많은 분야에서 아일랜드의 가치를 세계 속에 인식시키는데 성공하였다. 문학 역시 예외는 아니였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자만 4명이 배출되었을 정도로 아일랜드는 문학을 통해서 전세계에 아일랜드의 이미지를 심어 놓았다. 특히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스를 통하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을 탄생시켰고 동시에 율리시스를 통해 그 어떤 작품보다 아일랜드를 세계 속에 확실하게 자리매김 할 수 있게 하였다.

알다시피 율리시스는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엄청난 뭇매를 맞아야 했고 1933년 12월 6일 미국의 울지판사의 판결에 의해 해금 조치될 수 있었다. 마치 영국의 지배에서 끝없는 투쟁 끝에 자치를 얻어내고 내전을 겪은 후 완전 독립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처럼 율리시스 역시 처음 연재가 시작되고 출판을 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출판 된 이후에도 진통을 겪었던 작품이다. 율리시스가 펼쳐내고 있는 더블린의 모습, 아일랜드의 이야기는 분명 문학적 영원성을 획득할 수 있었으나 또 한편으로 이 작품이 이토록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율리시스라는 작품이 걸어온 길 자체가 마치 아일랜드의 역사와도 비슷하기 때문은 아니였을까? 그리고 율리시스가 20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인정받으면서 영원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아일랜드 역시 세계 속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영원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그들의 바램이 함께 하기 때문은 아니였나 생각한다.

http://db50jini.tistory.com/1506
율리시스(Ulysses) by 제임스 조이스(James Augustine Aloysius Joyce)

http://db50jini.tistory.com/1533
율리시스 – 끝나지 않는 보물찾기

http://www.gutenberg.org/ebooks/4300
구텐베르그 프로젝트 율리시스 페이지(ePUB File 무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