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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는 언제나 새롭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변화가 만들어내는 신선함이나 책과 함께 성장해가는 작품이 아니라 정말로 율리시스는 읽을 때마다 새로울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수많은 수수께끼를 책 속에 남겨 놓았다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말처럼 율리시스는 읽을 때마다 작품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수수께끼를 찾아내게 하기 때문이다.

처음 읽었을 때에는 단순히 글자의 나열에 불과했던 이야기들이 다시 한번 읽을 때에는 잠재되어 있던 다양한 재미들로 조금씩 바뀌어 간다. 작가의 필력을 알게 되고 문체의 향연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일상에서 흔히 오고 갈 수 있든 농담이 있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면 기막힐 정도로 위트 넘치는 익살스러움이 넘친다. 전에는 미처 모르고 지나갈 수 밖에 없었던 내용들을 하나 둘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아일랜드의 역사와 함께 제임스 조이스의 자전적인 사소설을 겹쳐서 생각하면 어느새 율리시스의 이야기는 풍요로워지게 된다. 허공에 떠있는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이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통해서 일상의 즐거움을 전해주기 시작한다. 사소한 오해와 엇갈림은 갈등을 낳게 되고 의외의 반전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서도 밤이 되면 잠들게 되고 죽음을 공기를 함께 하던 이야기는 생명의 탄생의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더블린의 곳곳에서 펼쳐내는 정치와 사회, 역사와 예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단편적인 테마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인 허구의 만남 속에서 율리시스의 이야기는 조금씩 조금씩 커져가기 시작하고 독자들은 조금씩 율리시스의 본질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언어의 마술사답게 개별적인 단어 하나하나에 정보와 상징을 압축하고 문장과 문장의 느낌을 다양하게 구사하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사건을 묘사하는가 하면, 의식의 흐름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상력을 발휘하며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산문시를 읽어나가는 것처럼 운율이 넘치기도 하지만 압도적인 장광설로 정보의 홍수 속에 독자들을 익사시켜 버릴 때도 있다. 단순하게 구성 된 이야기는 복잡하게 표현되고, 압축되어 있는 메타포는 여전히 물음표다. 방대한 지식과 정보의 나열은 결국 허우적 거리게 만들다 대부분 놓쳐버리게 만들어 버리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괜찮은 것 같다. 웬지 조금씩 율리시스라는 작품의 묘미를 알 것도 같다.

고전이라는 빛 바랜 세월의 흔적을 지닌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율리시스는 신선함을 간직하고 있다. 놀랍게도 읽으면 읽을수록 그 신선함은 더욱 강력해지는 것 같다. 소설은 물론이고 만화와 기타 다른 매체 등에서도 이제는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실험적인 기법들을 이 작품을 통해 접한다고 해도 특별히 식상하거나 진부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작품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수수께끼들을 찾아낸 만큼 이번에는 더 많은 수수께끼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세익스피어를 이해하자. 아일랜드의 역사에 대해 공부해야겠다. 종교는 어떻게 분열되고 갈등을 일으키게 되었지? 영국은 그들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제임스 조이스 자신은 어떤 삶을 살아왔던 것일까?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아직은 율리시스라는 작품의 진정한 재미를 이해하기는 힘든 것 같다. 보다 더 알고 다시 한번 작품을 읽어본다면 이번에는 보다 작품 속에 잠재되어 있는 가치를 많이 발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계속 될 것 같다. 율리시스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일 수 밖에 없는 끝나지 않는 보물찾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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