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미국 문학에서 베스트를 꼽는다면 '소리와 분노'가 반드시 포함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은 작품인데 마침 문학 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발행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음향과 분노'라는 제목으로 동서문화사판을 구입하였습니다만 아무래도 좋아하는 작품은 새로운 판본이 나오면 또 구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번역이나 편집에 대해서는 제가 확실히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개인적으로 동서문화사판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콤슨(컴프슨, 콤프슨) 일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도표가 수록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2부 퀜틴의 하루동안의 이동을 표시한 부분은 작품의 이해를 넘어 또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서문화사판은 부록으로 콤프슨 일가의 인명 ..
포크너에게 있어서 미국의 남북전쟁은 운명과도 같은 존재이지 않았을까? 포크너가 평생에 걸쳐 자신의 작품을 무대로 활용하게 된 요크나파토파는 사라져버린 미국 남부사회의 모습들을 박물관처럼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소설의 모티브로 건져 올리고 있지만 결국 요크나파토파가 탄생될 수 있었던 핵심은 미국의 남북 전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의 결과로 파생된 다양한 사회 형태의 변화는 윌리엄 포크너에게 있어서 소설 속에서 극대화 될 수 있었고 포크너의 작품 세계는 미국의 역사의 관통을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곰(The Bear)’에서 포크너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미국 사회의 모습을 겹쳐내면서 문학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반영을 훌륭하게 구현하였다. 그리고 이 같은 이면에는 남..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에 공통 된 세계관으로 등장하는 ‘요크나파토파’는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들을 탄생시켰고 그 이야기들이 모이면서 하나의 거대한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 세계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미국 남부 사회의 역사와 생활이 고스란히 반영 된 세계이기도 하다. 마치 과거의 유물이 보존되어 있는 박물관처럼 윌리엄 포크너는 미국 남부 사회의 사상과 정서를 요크나파토파라는 공간과 시간 위에 녹여내면서 사진이나 영상만으로는 재현하기 어려운 무형의 부분까지 보존시켜 요크나파토파 사가(Saga)를 이룩하였다. 윌리엄 포크너는 요크나파토파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져 올렸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요크나파토파의 세계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크너의 ..
질렸어!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 그리고 언제나 비슷한 소재를 한결 같은 분위기로 서술해 나간다면 처음 접했을 때 참신하게 다가올지 몰라도 반복되다 보면 조금씩 독자들에게 다가서면서 한계를 느끼게 되고 작가의 클리셰로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처음만큼 독자들에게 충격을 가져다 주기는 힘들 것이다. 수많은 작가들, 그리고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가의 최고 걸작이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탄생되기 보다는 오히려 작가 인생 중반 경에 탄생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일부 작용하는 탓도 있을 것이다. ‘압살롬, 압살롬!’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막연하게나마 이런 불안감이 느껴진다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요크나파토파’로 대표되는 윌리엄 포크너의 독자적인 세계관 속에 이식 된 미국 남부 사..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가정입니다만 만일 호밀밭의 파수꾼에 등장하는 홀든 콜필드의 정신세계가 조금만 더 붕괴되고 주위의 환경이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었다면 음향과 분노의 퀜틴 컴프슨으로 치환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에 비한다면 퀜틴 컴프슨은 겨우 음향과 분노 2부에서 주역으로 활약했을 뿐이기 때문에 홀든 콜필드 만큼의 화려한 여정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하지만 음향과 분노 전체에 걸쳐, 그리고 압살롬, 압살롬!으로 이어지는 퀜틴 컴프슨의 이야기는 홀든 콜필드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만일 음향과 분노 2부가 별개의 작품으로 완성되어 출판되었다면 퀜틴 컴프슨 VS 홀든 콜필드도 가능했을 거라고 우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퀜틴 컴프슨이라는 캐릭터는 제..
작품의 외적 요소를 배제하고 작품의 줄거리만을 공개한다면 가정할 때 독자들로 하여금 가장 흥미를 모을 수 있는 작가는 누구일까? 윌리엄 포크너는 위와 같은 물음에 대해 가장 자주 언급 될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라는 윌리엄 포크너의 네임밸류나 미국문학사에 있어서 윌리엄 포크너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작품의 이야기를 요약한 줄거리만을 공개하고 흥미가 가는 작품들을 선택하게 하였을 때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들이 상당 수 선택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의 소재와 줄거리는 상당히 자극적이고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터부시 될 수 밖에 없는 소재, 파격적이고 과감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
어머니의 죽음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시점에서 바라보며 각 인물들의 내적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는 가족의 죽음이라는 의미가 개인에게 있어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고 타인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주는지 그려나갔다. 또한 죽음 이후에도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만들어 어머니의 시체가 고향으로 향하는 여정을 통해 다양한 상징성을 부여하였다. 때문이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은 한 개인의 내면에서부터 확장되어 사회적 의미로, 그리고 시대적 의미로 확장되어 나갈 수 있었다. ‘요크나파토파’라는 가상의 무대는(연쇄적인 고리를 가지고 일련의 작품군으로 이어지는)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 세계 위에 위치시켜 미국의 남부 사회의 모습을 압축하고 관습과 문화를 투영하여 접근할 수 있었으며, ..
음향과 분노의 캐디에 도전하는(?) 작품들 윌리엄 포크너의 대표작 ‘음향과 분노’는 콤프슨가의 몰락을 통해 남부의 절망과 허무를 나타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이 작품을 읽으면서 흥미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 퀜틴의 여동생인 캐디의 존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녀는 단 한번도 챕터의 화자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여동생”이라는 모에 속성을 바탕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여동생’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독자들을 열광시킵니다. 1장의 주인공 벤지의 의식을 지배하고 영원히 환상 속에 살게 만들었으며 2장의 주인공 퀜틴의 멘탈을 붕괴시키며 비극적 결말로 인도하였습니다. 3장의 주인공 제이슨의 어린 시절의 추억은 그를 인격적인 파탄자로 만들어 버리죠. 특히 "오빠를 사랑하는 여동생"이라는..
윌리엄 포크너는 요크나파토파를 배경으로 자신만의 가상의 공간 속에 미국의 남부 사회를 압축시켜 다양한 형태로 재현해 내었다. 경제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 등 1920년대의 단면들을 개인의 갈등과 조합하여 소설 내에서 과감하게 드러내고 충격적일 정도로 전율을 선사하는가 하면 가상의 공간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다양하게 배치하여 포크너의 작품 전편에 걸쳐 활동하게 만들어 요크나파토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군 전체를 일괄적으로 묶어 하나의 거대한 작품세계를 완성해내었다. 또한 실존하는 공간보다 더욱 생생하게 남부의 생활과 문화, 관습들을 새로운 미국사회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미국 남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고 일련의 작품군으로 이어지면서 문학적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었다. 요크나파토나를 배경으로 한..
율리시스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작품들 율리시스는 서술 기법이 다양하고 각각의 서술기법이 모두 독특합니다. 과거 셰익스피어의 서술기법 역시 파격적이였으나 현재는 일상적이라 지금은 신선하지 않은 반면 율리시스의 기법은 지금도 신선함이 살아 있습니다. 때문에 이 같은 서술형태에 익숙해지는 것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율리시스와 동일한 서술은 아니지만 난이도나 접근성에서 비교적 유사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하죠. 댈러웨이 부인/등대로 개인적으로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에서 평가하자면 버지니아 울프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연출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한정된 공간과 사건 속에서도 인물들의 의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내면의 무한한 세계를 완성해 나가는 작가죠. 특히 무미건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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